“(모든 시청자가) 모든 수준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 “영국 전역의 어린이 및 청소년을 위한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 콘텐츠 제공”

BBC 홈페이지에 나온 BBC 5대 강령 중 일부다. 반면 KBS 홈페이지에 나온 5대 목표는 ‘독보적 신뢰’ ‘압도적 영향력’ ‘콘텐츠 도달률 강화’ ‘글로벌 미디어로 도약’ ‘창의적 조직으로 변화’ 등으로 BBC와 결이 다르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12일 한국방송학회와 KB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두 방송사 홈페이지를 비교하며 ‘보편적 교육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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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역국을 미디어 센터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이 여러 ‘교육적 역할’ 가운데 ‘미디어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역방송국 유휴 시설 및 공간을 활용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개설해 다양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며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지역사를 통해 이 같은 교육을 해왔으나 현재 대부분 중단된 상황”이라고 했다.

▲  12일 한국방송학회와 KBS가 주최한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영방송의 역할' 세미나가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 12일 한국방송학회와 KBS가 주최한 '미디어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영방송의 역할' 세미나가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진=금준경 기자.

그는 ‘센터’를 통한 교육으로 △‘미디어 비평’ 등 매체에 대한 비판적 수용 교육 △각종 미디어의 구조적 특성을 알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민교육으로서 미디어 교육 △능동적 소비생활을 돕는 소비자 교육으로서 미디어 교육 △시청자 단체를 중심으로 수용자 운동을 위한 미디어교육 △청소년 대상 인성교육으로서 미디어 교육 △ 퍼블릭엑세스권(시청자접근권) 보장 위한 미디어 교육 △1인 미디어 제작지원 미디어 교육 등을 제시했다.

김기태 교수는 단순히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신설’ ‘지역방송국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지역방송국의 매체간 상호 비평 프로그램 활성화’  ‘지역 시청자, 시청자 단체와 교류 활성화’ ‘지역방송국 간 미디어교육 사례 공유’ 등을 통해 방송사 콘텐츠에 연계하고 시민사회와 협력해 발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인과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 교육

조재희 교수는 “공영방송이 미디어 속 편견에 대한 반성적인 관찰과 이를 극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의 소수자 대상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수자 미디어 교육’을 위한 공영방송의 역할로 △미디어 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속 편견 모니터링 △ 미디어 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 프로그램 제작 △ 소수자 미디어교육 담당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 관계 형성 및 지원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노인을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 제작 등을 제시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gettyimagesbank.

▲ 디자인=이우림 기자. ⓒgettyimagesbank.

조재희 교수는 “노인분들은 복지관에 거부감이 있다. 아직 자신은 복지관에 갈 나이가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며 “그래서 공영방송이 노인 대상 교육을 한다면 찾아가는 미디어 교육이 중요하다. 또 노인 중에서도 집단마다 격차가 크기 때문에 어느 수준으로 교육할 건지 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재희 교수는 장애인 미디어 교육과 관련 “장애인들이 라디오 제작 교육을 통해 자존감, 자신감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며 “미디어 교육은 재활교육으로서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체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강하고 지원이 적다. 정부기관조차도 편견을 갖고 있다. 관련 교육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교육 활성화 어떻게?

이날 세미나는 한국 미디어 교육 전반을 진단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조재희 교수는 한국 미디어 교육의 문제점으로 거버넌스가 부재해 재정 확보가 불확실하고, 총괄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장기적 교육을 할 수 없으니 성과 위주 커리큘럼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를 비평하거나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교육은 성과를 제시하기 힘드니 결국 콘텐츠 ‘제작’이나 기기 ‘활용’ 교육에 그친다.

김기태 교수는 “2000년 방송법 개정 전후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접근 교육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이어가면서 주춤하다 2017년 이후 다시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사회 교육 및 학교 자유학기제, 동아리 등을 통한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교육부는 지난 7월 학교 미디어교육 내실화 지원계획을 발표하며 교육부 차원의 미디어 교육 활성화 작업을 시작했다.

▲ 부산 주감초등학교의 활동형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부산 주감초등학교의 활동형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김형일 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시범 교과서 개발 및 배포 △ 국어, 도덕, 사회, 정보 등 개별 교과에 분산된 관련 내용 통합 독립 교과 개발 △미디어 교육 교사 양성 등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부 장관)이 발의한 미디어교육활성화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미디어교육위원회를 설립해 미디어 교육 컨트롤 타워를 세우고 시민사회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방송법에 미디어 교육 조항을 신설하는 식으로 개정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현재 추진되는 법안은 공교육 측면의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고 보기 힘들다. 학교 교육을 하려면 교과과정 총론에 ‘미디어 교육’이라는 한 마디가 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부가 ‘학교교육 정책과’에 관련 인력을 배치하는 등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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