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부의 강제 단속과 열악한 노동조건 탓에 목동에서, 영덕에서, 담양에서, 김해에서, 대전과 평택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죽어갔습니다. 한국은 아무 문제 없다고 (국제사회에) 거짓말하지만, 우리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 문화제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이주노조‧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렸다.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한국 정부를 향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제단속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 때문에 우리가 죽어간다”며 고용허가제와 미등록 강제단속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우다야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올해는 UN 이주노동자 협약을 기념하는 20번째 날이다. ‘모든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의 권리보호 협약’은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한다. 한국은 아직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금지협약 같은 국제규약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는 계속된다”고 했다.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 문화제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이주노조‧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 문화제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이주노조‧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 문화제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이주노조‧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오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이주노동자 문화제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이주노조‧민주노총‧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참가자들은 “정부는 2019년이 고용허가제 15주년이라며 자화자찬하지만, 이주노동자의 눈물과 신음으로 얼룩졌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이주민 이슈로 △고용허가제 15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정부합동단속을 연 2회에서 6회로 늘리는 등 단속 강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법안 발의 △결혼이주여성들 폭행 영상과 ‘다문화’ 차별에 항의행동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개악 △난민 루렌도 가족 입국 판결과 법무부의 항소 △화성외국인보호소 구금된 이주민 사망 △근로기준법상 근로·휴게제도에서 제외되는 농축산어업 분야 확대 등을 꼽았다.

올해는 이주노동자의 업무 중 사망 보도가 끊이지 않은 해이기도 하다. 미얀마 국적 이주노동자가 지난 7월 목동 수몰사고로 숨졌다. 9월엔 4명의 태국‧베트남 노동자가 지하탱크를 청소하다 질식사했다. 태국 이주노동자 아누삭씨도 이달 말 강제단속을 피하다 작업장 인근에서 숨졌다. 네팔 노동자가 10월 대전 금속제조공장에서 철판에 깔려 숨졌고,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지난 4일 평택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머리가 끼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이주노동자 산재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에 달한다.

네팔 국적 노동자 ‘코피카 네팔‘ 씨는 이날 증언에 나서 고용허가제가 한국인-이주노동자 차별, 체불임금 문제를 만든다고 했다. 코피카 씨는 “우릴 공장에 데려온 사업주가 우리에게 먹을 것도 돈도 주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밥도 주고 기본혜택 다 주지만 이주노동자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온 지 2년이고, 월급날은 10일이다. 2년 간 한 번도 10일에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3달에 한 번 몰아서 혹은 나눠서 늦게 지급한다”고 했다.

코피카씨는 “현행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사업주에게 다른 곳에 보내달라고 하면 업주는 ‘경찰을 불러 미등록으로 만들겠다’고 협박한다. 자유를 억압해 이주노동자 자살 문제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사업장을 바꾸는 횟수를 3번으로 제한하고, 사업주 귀책사유를 이주노동자가 입증하도록 한다.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열린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문화제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열린 세계 이주노동자의날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열린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문화제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라이족 전통춤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서 열린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문화제에서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라이족 전통춤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MWTV 이주민방송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이집트 난민 무삽씨는 “난민들은 죽지 않으려 본국을 떠나지만, 역설적이게도 떠나와선 죽을 위험에 처할 때까지 일한다. 한국의 난민들은 자기 본래 삶과 굉장히 다른 삶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무삽씨는 “나는 다행스럽게도 본국에서 하던 일을 계속 하지만 많은 난민이 난민인정 받고도 자기 일을 하지 못한다. 매우 급한 상황에 본국을 빠져나오느라 경력 서류를 챙기지 못해 인정을 못 받는다. 난민들의 경력을 인정하는 제도를 들이고, 열악하고 차별받는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 산재를 줄이려면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고용허가제나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 등 이주노동자를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 안전교육과 산재보험 의무가입 확대, 작업환경 관리감독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내년에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말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당사자인 이주노동자와 이 땅에서 탄압받는 노동자들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동묘역을 거쳐 동대문역까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허가제 도입하라”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한 뒤에는 ‘Labor is one(노동은 하나)’란 제목의 노래를 부르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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