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장발장’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오후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이 사연을 소개했다.

주인공은 30대 아버지와 12세 아들이다. 이들은 지난 10일 오후 인천의 한 마트 식품 매장에서 우유 2팩과 사과 6개 등 소량의 식료품 절도했다.

‘어설픈 절도’는 금세 발각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자 아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선처를 호소했다.

▲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오후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으로 ‘현대판 장발장’ 사연을 소개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오후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으로 ‘현대판 장발장’ 사연을 소개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MBC 보도에 따르면, 택시를 모는 이 아버지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고 있었다. 몸이 편치 못해 6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사정도 있었다. 또 임대 아파트엔 홀어머니와 7세 둘째 아들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 당시 출동 경찰은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네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 부자에게 처벌 대신 따뜻한 손길이 건네지면서 사건은 ‘반전’됐다. 마트 대표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고발이 아닌 선도 차원”이라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쌀과 생필품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은 이들 부자를 훈방 조치하고, 돌려보내기 전 식당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한 그릇씩 시켜줬다. 또 아버지 일자리를 알선하고 아들에게 무료급식 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경위는 MBC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시민의 연대였다. 이 남성은 경찰이 부자를 데리고 간 식당에 느닷없이 들어와 하얀 봉투 하나를 내려놓고 떠났다. 봉투에는 현금 20만원이 담겨 있었다는 게 MBC 설명이다.

이 남성은 아버지와 아들이 마트에서 선처를 구할 때 사무실 바깥에서 묵묵히 지켜봤던 인물이었다. MBC는 “우연히 부자의 딱한 사연을 듣고는 현금을 뽑고 일부러 식당까지 따라가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오후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으로 ‘현대판 장발장’ 사연을 소개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오후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이들 운명은”이라는 제목으로 ‘현대판 장발장’ 사연을 소개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각박한 현실에도 약자와 연대하는 마음이 모인 장면에 온라인이 뜨겁다. 이 소식을 전한 MBC 뉴스 페이스북에는 “올해 보던 뉴스 중에 최고였다”, “사는 게 힘들어요. 모두 다. 그래도 조금은 희망을 가지고 살만하네요”,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 없고 가난하고 싶어 가난한 사람 없다. 우리 세금 어려운 이웃들 위해 잘 좀 써주세요”라는 지지 및 응원 댓글이 600개 이상 달렸다.

후속 보도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건식 MBC PD는 14일 페이스북에 “아직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알려준 뉴스.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며 “MBC는 가족이 동의한다면 오늘 한 차례 뉴스를 더해 더 자세한 사연과 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까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빈곤사회연대도 페이스북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기초생활수급비는 매달 20일에 나온다. 빠듯한 수급비로 공과금과 통신비 등 필수 지출을 제하고 나면 수급자들에게 한 달의 절반가량은 그야말로 보릿고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수급비가 나오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지금, 먹을 것을 찾아야했던 가족에 대해 온정을 나눈 사람들이 고맙다”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급비로도 먹고 살만한 상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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