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이행계획을 발표했지만,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바꿀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경향신문·서울신문·한국일보·한겨레 등 다수는 상당 지면을 할애해 정부 대책을 비판했다. 소위 보수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지면에 싣지 않았다.

당·정은 12일 국회에서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고(故) 김용균 산재 사망사고 원인규명 및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에 대한 정부 이행계획이다. △내년 1월 개정산업안전보건법 및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 이행 △발전업에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제 적용 및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 내실화 △노·사·전문가 협의체 논의에 따라 경상정비(민간위탁) 분야 정규직화 추진 △내년 1월부터 발전산업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계약제도 개선, 적정임금제 제도화 추진 △노사 합의를 통한 위험작업 기준 확정 및 2인1조 안전필요인력 확충 △사고 조사 시 노동자대표와 이해당사자 참여, 작업중지권 실질적 보장 △산업안전관리·감독인력 전문성 강화 등이 담겼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제2, 제3의 김용균 막을 수 있습니까)에서 “당정은 ‘제2의 김용균’을 막겠다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레토릭만 화려할 뿐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6면(알맹이 빠진 ‘위험의 외주화’…노동계 “당정, 해결 의지 있는가”) 기사에선 고 김용균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이행점검위원들의 성명을 전했다. 이들은 “당정 후속 조치안은 특조위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핵심적 내용은 배제하고 있다 (…) 직접고용 회피하고 자회사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건 권고안의 핵심적인 취지와 완전히 배치”된다는 것이다.

▲ 12월13일 서울신문 1면.
▲ 12월13일 서울신문 1면.

당정이 발표한 ‘정규직화’는 연료환경·설비 분야의 경우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발전 5사 정규직 전환 대상 업무를 직접고용하겠다는 의미다. 경상정비 분야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되 처우·고용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발전사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로 “민간업체(하청·민간위탁) 파산과 민사소송 등 분쟁 초래, 기술경쟁력·경영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들었다. 한겨레는 5면(하청 노무비 인상하겠지만…김용균 특조위 “안전과 맞바꿀 순 없다”) 기사에서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불가능한 이유로 민간업체 파산과 민사소송 우려를 들었는데, ‘협력업체’(하청·민간위탁업체) 계약 기간은 3년이고 이 기간이 끝난 뒤 직접고용하면 된다. 그걸 안 하겠다는 건 그동안 그래왔듯이 입찰계약의 취지를 어기고 동일한 업체와 계속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무늬만 바꿀 뿐 원·하청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안이라 특조위 핵심 권고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전 특조위 간사 권영국 변호사 평가를 전했다.

이날 당정협의가 열린 국회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앞에 찾아갔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들은 잠겨 있는 회의실 앞에서 경위들에게 제지당했다. 한겨레는 “이들은 지난 5일 정부가 특조위 위원들에게 권고안 이행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열린 간담회 자리에도 김용균씨 유가족과 발전소 현장 노동자, 시민대책위원회가 초대받지 못했다며 정부와 여당의 발표 과정에서 빚어진 ‘불통’을 비판했다”며 “당정은 특조위와 시민대책위, 유족에게 이행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5일에도 정부가 특조위에 이행방안을 설명한다는 소식을 듣고 왜 우리는 부르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러 갔었다. 특조위원들도 이런 상황에서는 설명을 들을 수 없다고 해 정부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다”는 박준선 상황실장 말을 전했다.

▲ 12월13일 한겨레 5면.
▲ 12월13일 한겨레 5면.

한겨레는 사설(‘죽음의 외주화’ 구조 비껴간 ‘김용균’ 대책)에서도 “하청노동자에 산재사고가 쏠리는 이유가 원청과 대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없는 구조 자체에 있음을 생각하면, 이를 비껴간 대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엊그제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 5사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상자의 97.6%가 하청 노동자였다. 전체의 27%에 해당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산재 대부분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고용 방안이 원칙은 맞지만 직접고용은 안 된다’는 이날 발표가 비정규직의 끝없는 죽음 앞에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5면(경영자 절반도 “산안법 위반 사업주 처벌 강화해야”) 기사에서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고 양형기준을 높일 필요성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인식조사 연구보고서(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수행,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안전보건법상 위반사건의 제재에 대한 인식조사’) 에 따르면 일반 시민의 71.1%, 노동자의 70.8%가 산안법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답했고, 경영자도 48%가 긍정적 입장을 보여, 부정적(22%)으로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산안법 처벌이 엄격하게 적용되는가’라는 질문에 일반 시민 79.9%, 경영자 57%, 노동자 92%가 부정적으로 답하는 등 세 집단 모두 처벌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12월13일 경향신문 5면.
▲ 12월13일 경향신문 5면.

한국일보는 “당정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 노동계 ‘직접고용 정규직화 외면’”이라는 제목으로 당정 발표 내용과 노동계 반응을 균등하게 다뤘고, 세계일보는 경제면인 14면에 “발전산업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한다”는 제목의 단신을 실었다. 조선·중앙·동아·국민일보는 지면에 별도로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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