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남성 출연자들의 폭력적인 몸짓과 성희롱 의혹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보니하니 제작진이 첫 대응에서 “심한 장난”이라고 별 것 아니란 식으로 대응해 비난 여론을 키워가다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프로그램을 중단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논란이 커지면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 출연자 뿐 아니라 이번 논란과 관련없는 다른 출연자나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당장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방송에서 미성년 여성 출연자를 폭행하는 보이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후 폭력적인 행위나 성희롱 의혹이 추가로 논란이 됐다. 문제는 EBS의 수차례 대처가 계속 시청자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데 있다. 

▲ 과거 보니하니 방송에 나온 폭력적인 장면.
▲ 과거 보니하니 방송에 나온 폭력적인 장면.

 

지난 11일 보니하니 제작진은 SNS에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시청자들은 폭력적인 몸짓 자체가 공영방송이자 교육방송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는데 제작진은 큰 문제 아니란 식으로 말해 논란이 더 커졌다. 제작진이 나서서 구체적으로 잘못을 언급하며 다시 사과했어야 한다. 

제작진이 침묵한 채 김명중 EBS 사장이 대신 나섰다.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 두명을 하차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였다. 정의당은 12일 오전 논평에서 과거에도 폭력적인 장면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EBS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고 방송계에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EBS는 프로그램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다시 비판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잠정 중단을 알리는 기사 댓글이나 보니하니 시청자 게시판에는 ‘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채연(하니 역)까지 일자리를 잃어야 하느냐’, ‘보니하니를 보기 싫다는 게 아니라 폭력적인 장면을 보기 싫다는 거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EBS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EBS 로고
▲ EBS 로고

 

   
논란이 커지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식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EBS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도 출연진 중 소수가 문제를 일으키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폐지해왔다. 이때 실질적인 결정권 없는 방송작가 등 비정규직들은 곧바로 일자리를 잃는다. 잠정 중단했다가 프로그램을 재개한다고 해도 결방된 기간 동안 수익을 못 받으니 비정규직들은 손해다. 프로그램에 실질 결정권이 있는 방송사 소속 정규직들은 고용에 문제가 없다. 

논란으로 프로그램을 중단해도 비정규직이 이를 공론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 프로그램에 투입되지 못할까 싶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다음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화해 공론화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공영방송이자 교육방송이라면 이번 사건에 대처할 때 좀 더 섬세한 대응이 필요했다. 불가피하게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했다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등을 고민했어야 한다. EBS의 12일 오후 보도자료를 보면 ‘김명중 사장이 얼마나 단호하게 이 문제를 대처했는지’를 강조할 뿐 비정규직 제작진 문제는 거론조차 없었다.  

방송작가유니온 이미지 지부장은 12일 미디어오늘에 “불미스러운 문제로 프로그램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정규직은 다른 프로그램을 맡는 반면 작가 등 비정규직 스태프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론의 질타에 방송사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필요하지만 이게 비정규직, 프리랜서 해고로 이어지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프로그램 제작에 자동으로 투입하거나 고용 승계가 어려울 경우 계약해지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피해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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