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드론을 띄워 촬영해 방송한 언론사들이 첫 심의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띄워 영상을 촬영해 방송한 MBC ‘뉴스데스크’·YTN ‘뉴스Q’·연합뉴스TV ‘뉴스워치’(9월17일)·JTBC ‘뭉쳐야 찬다’(8월22일) 등이 방송심의규정 ‘법령의 준수’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반영되지 않는다.

▲ MBC ‘뉴스데스크’  9월17일 방영분
▲ MBC ‘뉴스데스크’ 9월17일 방영분

MBC ‘뉴스데스크’는 “국내 방역망 ‘결국’ 뚫렸다…4,700마리 ‘살처분’”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병에 걸리면 무조건 죽음에 이르는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국내에서 처음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리포트는 도입부에서 드론을 띄워 경기도 파주시 돼지 농가 일대를 촬영해 보여줬다.

YTN ‘뉴스Q’도 “아프리카돼지열병…파주농장 돼지, 인천서 도축 확인”이라는 제목의 리포트 내내 경기도 파주시 돼지 농가 일대 장면을 방송했다. 연합뉴스TV ‘뉴스워치’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소식을 전하며 파주시 일대 드론 촬영 장면을 내보냈다. JTBC ‘뭉쳐야 찬다’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일대의 일부 축구장 시설을 드론으로 촬영해 방송했다.

MBC와 JTBC는 촬영한 장소가 비행금지구역인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JTBC는 의견진술 절차를 서면으로 대처했다. JTBC는 서면 의견진술서에 “다시보기 서비스를 삭제하고 촬영 원본을 폐기했다. 군부대에 손석희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박장호 MBC 경제산업에디터는 “드론 취재를 국방부에 서울 지역 촬영을 한 달 단위로 포괄허가를 받는다. 야간촬영은 별도 신청한다. 고양시는 서울과 워낙 가까운 곳이라 별도 허가받는 걸 생각 못 했다. 앞으로는 비행금지제한구역을 알리는 앱을 통해 촬영 가능한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회사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YTN ‘뉴스Q’ 9월17일 방영분
▲ YTN ‘뉴스Q’ 9월17일 방영분

YTN과 연합뉴스TV는 비행금지구역인 걸 알고 있었지만, ‘알 권리’를 위해 드론을 띄웠다고 주장했다. 성도현 YTN 영상취재2부장은 “서울지역 촬영 포괄허가를 받는다. 그 외의 지역은 국가에서 마련한 원스톱 민원서비스로 허가받는데 주말 제외하고 최소 3일이 걸린다. 긴급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는 맞지 않는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허가 없이 촬영했다”고 말했다. 문승재 연합뉴스TV 방송영상취재부 부국장도 “뉴스제작자 입장에서 큰일이 벌어졌을 때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부감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면 드론 촬영이 욕심난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촬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KBS나 SBS도 드론 못 띄워서 안 띄우는 거 아니다. 불법을 저지를지는 방송사 판단에 따라 다른 건데, 촬영 기자들 사이에도 상도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심의위원 5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이소영 위원·김재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 의견으로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심의위원들은 촬영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긴급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의 속성과 맞지 않는 걸 이해하지만, 알 권리 못지않게 국방 보안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허미숙 위원장은 “국방 보안상 이유의 비행금지제한은 다른 공익 목적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도 “즉시 촬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걸 인정하나 법을 위반한 건 사실이다. 다만 이 방송사들이 보안상 위험이 있는 지역을 촬영한 게 아니므로 권고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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