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而無信, 不知其可也.
인이무신, 불지기가야.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겠다.

이 말은 시진핑이 ‘중·파키스탄 운명공동체를 건설해 합작공영의 새로운 여정을 개척하자-파키스탄 의회에서 연설’할 때 <논어·위정爲政>편에서 따왔다. 중국 네티즌들은 파키스탄을 ‘바톄(巴鐵)’라고 부른다. 강철같이 단단한 ‘철의 형제’라는 뜻으로 무한한 애정을 담고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우의友誼는 서로 진심으로 대하는 신의지교, 기쁨과 근심걱정을 함께 나누는 환난지교로 국가 간 우호관계의 전범이라고 말한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이끌고 있는 일대일로의 핵심 요충지 국가로 경제회랑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회랑은 중국 신장(新疆 신강;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아라비아 해에 위치한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까지 도로와 철도, 송유관, 광섬유케이블 등을 연결하는 총 거리 3000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역사다. 단순한 양국 간의 연결망이 아니다.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과 아프리카로 뻗어나간다. 시진핑의 핵심 사업인 일대일로의 명운이 걸려있는 파키스탄은 중국의 최우선 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은 2015년 4월21일 파키스탄 의회에서 35분간 연설하는 동안 50여 차례의 박수갈채를 받아 양국 간의 굳건한 관계를 과시했다. 시진핑은 파키스탄에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이 말을 인용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4월20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회랑 건설과 관련한 30여 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50여 개의 양자 협력관계에 관한 각서를 체결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4월20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회랑 건설과 관련한 30여 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50여 개의 양자 협력관계에 관한 각서를 체결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공정하게 지켜야할 기본원칙과 이념적 가치가 있다. 국가 간의 교류도 마찬가지다. 그 원칙 중 하나가 신의다. 신의를 추구하려면 서로 간에 믿음이 전제가 돼야한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단의 사람들이 이해관계에 매몰돼 성실하게 지켜야 할 신의를 내팽개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무릇 사람이 신용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신임을 잃게 되고, 그럴 경우 바른 사회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종국에는 자신을 해친다. 해서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쓸 곳이 없고, 국가가 신의를 저버리면 권위를 세울 수 없어 불신 국가로 지탄을 받게 마련이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子曰: “人而無信, 不知其可也. 大車無輗, 小車無軏, 其何以行之哉?”
공자가 말했다. “사람이 신의가 없으면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겠다. 우차牛車에 수레채머구리가 없고, 마차馬車에 멍에맥이가 없다면 어떻게 수레를 움직일 수 있겠는가?” 

‘人而無信, 不知其可也’는 어떤 사람이 신용을 중시하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는 뜻이다. 공자는 반어법 어조로 긍정적 함의를 표현했다. 말인즉슨 사람이 신용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논어>에는 믿음과 신용을 뜻하는 ‘신’자가 여러 번 나온다. <논어·안연顏淵)편의 기록에 따르면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세 가지 조건을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먹을 것을 충분하게 하고, 군비를 충실하게 갖추며, 백성들의 믿음을 받아야 한다(足食足兵, 使民信之矣).” 
자공이 물었다. 
“만약에 부득이한 이유로 하나를 버린다면 그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겠습니까(必不得己而去, 於斯三者, 何先)?” 
공자가 대답했다.
“군비를 버려야 한다(去兵).”
자공이 또 물었다.
“만약에 또 반드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겠습니까(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공자가 말했다.
“먹을 것을 버려야 한다. 옛날부터 죽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백성의 믿음을 잃어버리면 설 수 없어 국가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去食. 自古皆有死, 民不信不立, 國家根本無法存在).”
공자가 볼 때 백성의 신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이후 유가들은 ‘신’에 대해 더욱 상세히 설명했다. 믿음(信)과 정성(誠)을 연결해 ‘성신誠信’이라고 한다. 맹자는 “성실함은 하늘의 도리이고 성실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이다(誠者, 天之道也; 思誠者, 人之道也.)”라고 말했다. 동한東漢 시대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믿음은 성실이다(信, 誠也). 또 성실은 믿음이다(誠, 信也)”라고 했다. 즉, 성과 신의 상호 가르침으로 ‘신’의 기본적 함의는 ‘성실하게 믿음을 지키는(誠實守信)’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