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OOO씨의 허벅지를 톡 찔러보지 않아서 과연 이거 진짜 살인지 아니면 그 안에 어떤 쿠션이 있는지는 아직 몰라요. 제가 꼭 한 번쯤은 접촉을 한 번 해보고 이게 미투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이것이 진실인지 가짜인지 만져봐야 쓰겄다. 가시나야’하고 해봐야 쓰겠어요. 이 하체가 탱탱하잖아요. 절대 치마를 안 입잖아요.”(트로트 가수 현진우)

▲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에 위치한 광주MBC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에 위치한 광주MBC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유튜브 채널이 아닌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된 발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광주MBC 라디오 ‘놀라운 3시’ 프로그램이 방송심의규정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의결했다.

광주MBC 라디오 프로그램 ‘놀라운 3시’는 지난 8월14일 ‘썰 트로트 코너’에서 출연자와 진행자들이 트로트 가수의 몸매를 품평하는 발언을 방송해 심의를 받았다. 방통심의위가 자체로 프로그램들을 모니터링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심의에 들어갔다.

이날 방송엔 트로트 가수 현진우씨가 나왔다. 현씨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여성 트로트 가수 A씨 얘기를 하며 “하체 예쁜 가수, 하체가 단단한 가수, 남의 노래 소화를 잘하는 가수예요. 또 퍼포먼스가 좋고, 몸매가 굉장희 남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섹시한 몸매”라고 발언했다.

현씨는 “(A씨의 허벅지를) 제가 꼭 한 번쯤 접촉해보고, 이게 미투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진행자인 김태일씨는 “아니 허락 맡고, 허락 맡고”라고 맞받아쳤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는 출연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 제지해야 하지만, 사실상 동조했다.

심의위원들은 출연자 발언에 “성희롱이다. 방송사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특정인이 언급됐다. 꼭 상대방 앞에서 발언해야만 성희롱이 성립되는 게 아니다. 그분의 외모를 가지고 이야기했다. 진행자는 뭘 했나. 막 나가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곽판주 광주MBC 편성제작국장은 “대본에 없었던 내용이다. 저희도 듣고 깜짝 놀랐다. 즉시 출연자를 출연 정지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다만 오락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가 재미를 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오락적 프로그램 특성상 재미를 유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지만, 무의식중에 발생한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원 3명(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 정부·여당 추천 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를 주장했다.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은 법정제재인 ‘경고’를, 정부·여당 추천 김재영 위원은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은 “방송사고다. 대본에 없는 내용이 돌발적으로 방송됐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진행자나 제작진 등이 출연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단순 부주의나 무지로 넘어갈 부분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상수 위원도 “진행자가 제지하기는커녕 맞장구치고 부추겼다. 사후 사과방송도 없었다”고 말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성추행으로 비칠 내용을 오락적 요소 웃음의 소지로 방송했다는 점에서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 지역방송사이다 보니 심의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지적받은 즉시 시정한 점을 감안해 ‘경고’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재영 위원은 “저질방송이라고 생각하지만, 광주MBC가 지난 2년 동안 심의받은 적이 없다”며 ‘주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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