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를 해고하고, 관리 감독 위치에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무시한 경기방송의 방송사업자 재허가가 보류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2019년 말 허가 유효기간이 끝나는 36개 방송사업자(DTV/UHD/라디오/DMB) 146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여부를 의결했다. 재허가 심사위원회로부터 650점 이상 700점 미만의 심사 점수를 받은 33개 사업자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를 의결했다. 재허가 대상은 광주·대구 등 지역MBC 13개사와 울산방송 등 지역민방 6개사, 극동방송·기독교방송·불교방송 등 5개 종교방송과 수도권 UHD 3개사, YTN라디오·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국악방송 등 33개사다. 이들 방송사의 허가 유효기간은 4년이다. 

반면 이날 경기방송과 OBS의 재허가는 보류됐다. 방통위는 “중점 심사사항의 평가점수가 배점의 50% 미만으로 평가된 OBS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 등을 확인한 후 재허가 여부를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방송에 대해서는 “재허가 기준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평가되었으며 경영 투명성 제고, 편성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계획 등을 확인한 후 재허가 여부를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허가 심사위원장이었던 표철수 방통위원은 “경기방송의 경우 심사위원회에서 경영의 투명성, 주주 구성에 특수관계인을 확인하는 사항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보완자료를 요청했다. OBS는 자본잠식이 높고 콘텐츠 투자가 부실해 경영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경기방송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방통위가 최근 경기방송 재허가 의견 청취 과정에서 현준호 전무이사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현 이사가 이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왔다. 표철수 방통위원은 “경기방송에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 처음엔 해외(베트남) 출장이라 못 온다고 했고, (출장 사실을) 증명하라고 했더니 (해외 출장은 안 갔고) 사내 문제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못 나온다고 답했다”며 황당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방송 로고.
▲경기방송 로고.

표철수 위원은 “경기방송은 지분을 가진 쪽에서 여러 전횡을 하고 있다”며 “보완자료를 확실하게 받고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창룡 방통위원은 경기방송을 가리켜 “고의적으로 심사를 회피했는지 의심된다”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타 방송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위원은 전체회의가 끝난 뒤 미디어오늘에 경기방송의 행동을 가리켜 “방통위를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현준호 경기방송 당시 총괄본부장이 지난 8월5일 대표이사를 포함해 간부 10여 명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때려 죽이고 싶다”, “(일제)불매운동 100년간 성공한 적이 없다”, “우매한 국민들 속이고 반일로만 몰아간다. 자기네들 총선 이기려고” 등 정부 및 불매운동 비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경기방송은 내부고발자였던 노광준 제작팀장과 윤종화 보도팀장을 해고하고 현준호 본부장은 전무이사로 임명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이 재허가 보류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지적이 방통위 내부에서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경기방송의 기형적 주주 관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보낸 자료로는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았다. 사실상 지금 경기방송은 페이퍼컴퍼니 같은 대주주가 운영하고 있고 실질적 대주주는 현준호 이사로 느껴질 정도”라고 전한 뒤 “방통위 내부에서 현준호 이사의 행동을 비롯해 경기방송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재허가 취소는 물론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경기방송이 건실한 방송으로 지난 20년간 내용상 문제 된 적은 없던 것으로 알지만 경영상 편법이 있고 주주 지분이 불투명하다는 걸 보고 있다”고 밝힌 뒤 “경기방송 임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전횡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있다”고 우려하며 “방송사가 한 임원의 불찰로 방송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오면 안 된다”고 밝혔다. 허욱 방통위원은 “청문회 수준의 의견 청취를 거쳐 재허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번 달 중 경기방송과 OBS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한편 재허가심사위원회는 이번 UHD 재허가 심사와 관련, “최초 정책방안 수립 당시와 달라진 제작여건, 시장 상황의 변화로 인해 투자실적 등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정부-방송사 간 논의를 통해 단계별 UHD 도입 일정, 편성비율 및 투자 계획 등에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허욱 방통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UHD 도입을 결정했다. UHD TV 보유 가구는 9.5% 수준이고, 4.2%만 직접 수신하고 있다. 시청자가 없고 투자 의욕도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방송 3사가 설비 구축을 완료했고 전용 스튜디오도 만들어서 중단할 수는 없다”며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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