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기소된 탈북자 이주성씨에 대한 첫 공판이 1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형사3단독 재판부(진재경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씨를 가리켜 “피고인은 2006년 탈북했으며 2017년 비봉출판사를 통해 ‘보랏빛호수’라는 책을 출간·배포·판매했다. 피해자(김대중)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김일성과 결탁해 폭동을 일으켜 달라고 부탁했으며 (북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책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그해 서울역 광장에서 200~300여 명이 모인 곳에서 책을 설명하며 피해자(김대중)가 김일성과 결탁했거나 (북한군) 남파를 부탁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연설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는 2017년 유튜브 채널 정규재TV에 출연해 자신의 책을 설명하면서 피해자(김대중)가 김일성과 결탁한 것처럼 말했고 전라도 지역 무기고 위치를 (북에) 알려주었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다음 변론기일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주성씨는 이날 “책은 절판됐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2020년 1월 3일이다. 이씨는 이날 공판 예정시간보다 15분 지각했다. 

▲2013년 5월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모자이크 처리된 김명국(가명)씨 옆에 앉은 이가 이주성씨다.
▲2013년 5월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모자이크 처리된 김명국(가명)씨 옆에 앉은 이가 이주성씨다.

앞서 서부지검은 지난 11월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재판에서 자신을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군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유일한 인물, 김명국(가명)씨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2013년 5월15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김명국씨가 출연한 이후 국내에 북한군 개입설과 관련한 허위정보가 본격 확산됐다. 그러나 김명국씨는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다. 김명국씨의 채널A 인터뷰 당시 김씨 옆에 동석했으며 문제의 채널A 방송 스튜디오에 출연해 김씨 주장에 주석을 달며 ‘북한국 개입’을 주장했던 이가 이주성씨다. 

이씨가 쓴 ‘보랏빛호수’의 부제는 ‘광주사태 당시 남파되었던 한 탈북군인의 5·18체험담’으로, 주인공 이름은 정순성인데, 월간조선은 “김명국과 정순성이 동일인물이거나 동일한 작전에 참여한 인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씨로서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려면 책의 내용을 입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거나 김씨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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