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일환으로 신문제작과 콘텐츠 생산을 별도 부서로 운영해 온 중앙일보가 법인 분할을 추진한다. 지면 제작과 디지털콘텐츠 생산 구조를 완전히 분리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취지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열린 ‘2020 내일 컨퍼런스’에서 중앙일보 법인을 ‘중앙일보A’와 ‘중앙일보M’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신문제작 전담부서를 중앙일보A로, 디지털컨텐츠 제작 전담부서를 중앙일보M으로 분리해 별도 법인화하는 게 골자다. 

중앙일보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뉴스 생산 방식을 디지털 중심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콘텐츠 발굴에만 집중하도록 지면 제작 전담 인력과 취재 인력을 분리했다. 신문제작본부는 기자들이 쓴 온라인 기사와 논설위원 칼럼을 선별해 지면을 제작해왔다. 인력이 나뉘면서 지면 섹션도 차차 줄였다. 동시에 뉴스서비스국을 신설해 다양한 콘텐츠 생산·연구에 60여명 인력을 배치했다. 법인 분할은 지금까지 진행된 지면제작과 디지털콘텐츠 생산 분리를 형식적으로 완성하는 조직 개편인 셈이다. 

▲중앙일보 로고.
▲중앙일보 로고.

지난 6일 단행된 조직개편은 법인 분할을 위한 준비 단계다. 중앙일보는 기존 신문제작본부를 ‘제작총괄’로, 뉴스취재부문을 ‘뉴스총괄’로 신설해 각각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제작총괄은 산하에 논설실과 편집국을 두고 신문 제작을 전담한다. 뉴스총괄은 산하에 뉴스룸, 뉴스제작국, 마케팅솔루션본부, 뉴스 플랫폼 담당 등 부서를 두고 “취재와 뉴스 스토리텔링 개발을 위한 신규 사업을 전담”한다. 취재와 스토리텔링 개발 업무는 뉴스룸에, 플랫폼 특화 콘텐트 제작 업무는 뉴스제작국에 부여된다. 마케팅솔루션 본부는 디지털뉴스 사업을 추진하고 뉴스플랫폼 담당은 기존·신규 플랫폼 연구·개발을 맡는다. 

이에 따라 임원 인사개편도 단행됐다. 오병상 편집인이 뉴스총괄 책임자를, 최훈 논설주간이 제작총괄을 맡는다. 뉴스총괄 산하의 뉴스룸 국장은 강주안 사회에디터가 맡고 조주환 제작국장이 뉴스룸국장으로 보임했다. 오 편집인은 JTBC 보도총괄도 겸직한다. 

박승희 전 편집국장은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임 편집국장엔 김현기 전 국제외교안보에디터가 임명됐다. 

개편을 지켜보는 내부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신문 제작 틀에 얽매이지않는 대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기회가 생기고 조직도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게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만큼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져서 업무 분장 등에서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업무분장에 대한 우려는 신문제작과 취재부서 분리를 가속화했던 지난해 말 께에도 나왔다. 기자들을 콘텐츠발굴에 집중시키는 취지는 좋았으나 여전히 지면 제작도 투입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기자는 “디지털컨텐츠 생산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니 오디오, 비디오 콘텐츠 제작 등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업무분장이 제대로 안돼 지면을 병행할 수 있다는 걱정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연차가 높은 직원들의 위화감 문제도 지적됐다. 고연차 기자들이 주로 배치된 신문제작 부문이 분사되는 안이 거론되면서 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는 입말이 사내에 퍼졌다. 임금, 복지 등 처우가 낮아진다는 우려도 나오자 홍정도 대표가 ‘업무프로세스만 바뀔 뿐 복지·급여는 중앙일보의 조건과 같다'고 직접 직원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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