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용역업체가 베트남 이주노동자 수십명을 상대로 일당 대신 종이쿠폰을 주면서 임금을 체불해왔다. 피해액이 1인당 1000만원대에 이르고, 소액 임금체불은 헤아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업주를 임금 체불로 고발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에 따르면 경북 영천의 농촌에 있는 한 파견용역업체 업주는 지난해부터 수십명의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임금을 체불해왔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영천에 있는 이 업체에 속해 양파‧마늘밭 등 채소농장에 파견돼 일을 했다.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증언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이 저녁마다 일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베트남인 실무자가 일당 대신 해당 금액이 적힌 쿠폰을 나눠줬다. 실무자와 업주는 ‘한달 뒤 일당을 한꺼번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 일당 7만원에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6시까지 9시간30분 일했다. 시간당 6300원 꼴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무실을 찾아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해도 주지 않았다. 실무자는 해당 이주노동자가 말하는 금액을 수첩에 적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다 노동자들이 병원비나 집세,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하면 여기에 필요한 금액만 내줬다. 이들이 임금을 왜 주지 않느냐고 업주에게 따지면 “내가 돈을 떼먹냐” “내가 신고하면 너는 잡혀간다, 벌금이 1000만원이다” “한국에 있는 가족은 무사할 줄 아느냐”며 욕설이 쏟아졌다.

▲경북 영천의 파견업체가 이주노동자에게 입금 대신 지급한 종이쿠폰.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경북 영천의 파견업체가 이주노동자에게 입금 대신 지급한 종이쿠폰.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이들은 열악한 신분 탓에 임금체불을 신고할 수 없었다. 피해 노동자들이 대부분 가족초청 비자로 한국에 와 있어서다. 연대회의는 “중도포기한 이들도 많고, 한국에 정주하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봐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이같은 체불 피해자는 1000만원대 피해만 수십명에 이르며, 수십만원씩 하는 소액 피해자 규모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연대회의는 피해 액수 총액이 3~4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수십명이 1500~3000만원 피해를 입었다. 연대회의는 지난해부터 이 업체에서 일한 200여명 가운데 대다수가 피해를 겪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열약한 사회적 처지와 신고하기 어려운 조건을 교묘히 악용하여 사용자 자신들의 이윤을 챙기는 반인권적, 반노동권적인 상황을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연대회의는 10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모씨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노동을 주로 한다. 사업주 지불능력 문제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인식 탓에 법은 지키지 않는 사업주가 많은데, 이 업체는 그 중 가장 악질적”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업주 윤씨를 임금체불(금품청산 위반)로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미디어오늘은 업주 윤아무개씨에게 수차례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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