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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 뮤직뱅크 리허설 출근길 현장을 아십니까
꼭두새벽 뮤직뱅크 리허설 출근길 현장을 아십니까
KBS 촬영 제한 방침 반발 나온 뒤 원상복구…콘텐츠 독점 실패 사례 지적 나와

아이돌 덕후라면 한 번쯤 가봤을 만한 곳이 KBS '뮤직뱅크 리허설 출근길 현장'이다. KBS는 매주 금요일 새벽 6시 30분부터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리허설 현장으로 이동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KBS 야외 주차장 전 구역을 개방해왔다.

그런데 한때 KBS는 안전상 이유로 리허설 현장 출근길 촬영을 제한하면서 다른 매체뿐 아니라 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KBS는 지난 9월 27일 “자사 프로그램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의 과도한 촬영 경쟁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및 출연 아티스트들의 동의 없는 무분별한 영상촬영으로 인한 초상권 침해 방지를 위해 뮤직뱅크에 출연하기 위해 출근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한 KBS 내에서의 촬영(속칭 ‘뮤직뱅크 출근길’ 촬영)을 아래와 같이 제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BS는 “향후 시청자 및 한류 팬들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아티스트 소속사와 뮤직뱅크 제작팀과의 협의 및 사전 동의를 통해 KBS 독점으로 출근길 영상을 촬영하여 KBS 뉴미디어 채널에서 서비스 예정이오니 협조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본사 커뮤니케이션부에 사전 신청 후 허가된 매체 가능”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긴 했지만 원칙상 KBS 이외 촬영 불가 방침은 다른 매체 입장에선 날벼락에 가까운 것이었다.

명분상 안전사고 예방과 초상권 침해 방지를 내세웠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KBS가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독점하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타 매체의 취재를 막았다는 반발이 거셌다.

KBS 방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북적대면서 영상을 찍는 기자들이 없으니 소위 ‘그림’이 살지 않았다. 자연스레 가수들의 리액션도 눈에 띄게 줄었다. 팬들도 그 많던 취재진이 사라지니 주눅이 든 듯 흔히 들을 수 있었던 환호성도 나오지 않았다. 타 매체 기자들은 KBS 방침에 축제 같은 분위기를 냈던 현장이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뮤직뱅크 리허설 출근길 현장은 KBS 통제 아래 가수와 팬,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흔치 않은 모습을 연출하면서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꼭두새벽부터 가수와 팬들이 만나고, 수많은 취재진이 찍는 영상 컨셉 자체부터 독특한 현장으로 통했다. 영하의 날씨엔 가수와 기자들이 서로 핫팩을 건네기도 한다. 신인 가수는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유용한 창구로 통했다. 신인 가수 중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자신을 홍보할 기회가 적은 가수에겐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모인 뮤직뱅크 리허설 출근길 현장은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KBS는 한달 만인 10월 영상 촬영 불가 방침을 철회했다. KBS는 “뮤직뱅크 출근길 공개는 10월 25일(금)부터 영상매체 제한없이 기존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 KBS 2TV에서 금요일 오후 5시에 방송하는 ‘뮤직뱅크’. 사진=KBS 홈페이지
▲ KBS 2TV에서 금요일 오후 5시에 방송하는 ‘뮤직뱅크’. 사진=KBS 홈페이지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기성 언론의 독점이 통하지 않은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기성 언론이 독점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개방이 되지 않은 콘텐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뮤직뱅크 출근길 현장은 현재 방송국 촬영 시설 중에서 가장 노후화되고 촬영에 참가하는 연예인의 외부 노출을 의도치 않은 여의도 사옥의 환경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이라며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던 현장이 팬클럽에 노출되고 KBS가 프로그램으로 공식화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콘텐츠로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성상민 평론가는 “팬들이 갖고 있는 고화질의 스마트폰 촬영도 가능한데 다른 매체의 촬영을 막는다고 한들 독점이 가능하겠느냐”라며 “촬영 제한 조치는 플랫폼 수익만을 생각하다 자사 콘텐츠를 독점해 활용하고 싶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출근길 현장 촬영을 해왔던 한 기자는 “다른 지상파 방송도 부러워할 정도로 콘텐츠 활용 가치가 높은 게 뮤직뱅크 출근길 현장이었다. KBS는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통제를 잘해왔고, 카메라를 라이브로 돌리고 인터뷰도 영어로 진행하면서 자사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현장을 독점하면 성과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혼자 시장을 먹으려다 자충수를 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특종 같은 독점의 개념으로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안전상 문제들이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촬영 제한 방침을 철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영상 촬영이 많다보니 원치 않은 모습이 찍힌 영상이 유통되면서 비공식적으로 촬영 제한 요청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안전상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고, 연예인들에게도 초상권 문제에 대한 양해를 구해 촬영 제한 조치를 풀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연예인 초상권 보호와 안전상 문제로 제한했다가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원상복구 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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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10 19:14:14
관계자는 “연예인 초상권 보호와 안전상 문제로 제한했다가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원상복구 시켰다”고 말했다. <<< KBS의 독점욕심도 있었겠지만, 안전과 초상권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수와 관계자에게 처음부터 촬영 배려를 부탁했어야 했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건가. 수익을 떠나, 안전과 배려가 먼저 정착되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