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명단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 관련자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 탄원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배드파더스 무죄 및 양육비 정책 개선 법안 통과 촉구’ 탄원에는 약 1700명이 참여했다. 김주하 MBN 특임이사 겸 앵커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이사는 9일 미디어오늘에 나홀로 부모로서 직접 겪은 현행 양육비 관련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배드파더스’ 같은 사이트가 ‘최후의 보루’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저도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1인 나홀로 부모다. 당시 변호사로부터 전 배우자와 같은 이들은 소송이 끝나면 바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충고를 받아 법원에 만약을 대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미래 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결론은 변호사의 말이 맞았다”고 본인 경험을 털어놨다.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나름의 제도들이 수많은 당사자들에게 사실상 무용지물인 현실도 지적했다. 현행법상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위반할 경우 가장 큰 처벌은 ‘감치명령’이다. 2015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한 뒤 이행금액과 이행률이 다소 증가하긴 했으나, 여전히 10명 중 8명은 양육비를 못 받는 것으로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양육비 이행 강제력을 높이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현재로선 20대 관문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김주하 MBN 특임이사 겸 앵커. 사진제공=MBN
▲ 김주하 MBN 특임이사 겸 앵커. 사진제공=MBN

김 이사는 “있으나마나한 법이 우리나라에 참 많다. 양육비는 아이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외국처럼 국가가 미리 지급하고, 주지 않는 부모에게 청구하는 등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온라인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를 압박하는 ‘배드파더스’ 같은 사이트는 “어쩌면 나홀로 부모들의 마지막 보루일 수 있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것이다.

탄원 참여에 이어 인터뷰에 응한 이유로는 “제가 나홀로 부모로 살아가다보니 (양육비를 못 받는) 이런 가정이 정말 많더라. 사실 어른들의 문제인데 오히려 아이들이 부끄러워하거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저 같이 알려진 사건의 당사자들이 참여해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 밝혔다. 끝으로 그는 “언론은 있는 그대로만 보도를 해주면 된다. 그것이 실현되는 게 이 사회가 이뤄야 할 정의 아닐까”라고 말했다.

배드파더스 명예훼손 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은 내달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그간 명단이 공개된 당사자들이 사이트 운영자나 제보자(양육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소송을 제기한 일은 여러 건이었으나 기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이 지난 5월 사이트 봉사자 구본창씨 등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는데, 재판부는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정식 재판에 회부했고 구씨 측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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