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독도헬기 사고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소방관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국가의 몫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대구광역시 계명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순직 항공대원의 희생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영결식은 지난 10월31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응급환자 이송 중 소방구조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고 김종필·서정용‧이종후‧배혁‧박단비 대원들에 대한 애도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소방청장(葬)으로 거행됐다. 문 대통령은 고 김종필‧서정용‧이종후 소방항공대원에게 녹조근정훈장을, 고 배혁‧박단비 대원에게는 옥조근정훈장을 각각 수여했다. 김종필·이종후 대원은 헬기 조종사였으며, 서정용 대원은 헬기 검사관, 배혁 대원은 구조대원, 박단비 대원은 구급대원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 다섯 대원은 어두운 밤, 멀리 바다 건너 우리땅 동쪽 끝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 한 치 망설임 없이 임무에 나섰으나 우리의 영웅들은 그날 밤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애도했다. 그는 “무사 귀환의 임무를 남겨놓은 채 거친 바다 깊이 잠들고 말았다”며 “오늘 용감했던 다섯 대원의 숭고한 정신을 국민과 함께 영원히 기리고, 언제 겪을지 모를 위험을 안고 묵묵히 헌신하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과 함께 슬픔과 위로를 나누고자 한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소방관들은 재난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국가 그 자체이며 119를 부를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구조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5명의 고인들이 국가를 대표해 그 믿음에 부응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5명의 대원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종필 기장을 두고 2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아자 끊임없이 역량을 기르면서 주위 사람들까지 알뜰히 챙기는 듬직한 동료였고, 세 아이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고 했고, 서정용 검사관의 경우 국내 최고의 대형헬기 검사관이자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탁월한 선임이었고, 아들과 딸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구 계영대에서 열린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구 계영대에서 열린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문 대통령은 이종후 부기장을 두고 ‘닥터헬기’ 조종 경험을 가진 믿음직한 조종사이자, 동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항공팀 살림꾼’이었다면서도 더욱 안타까운 것은, 둘째 아들을 먼저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너무나 귀한 아들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계명대를 졸업한 배혁 구조대원은 결혼한 지 갓 두 달 된 새신랑이라며 지난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돼 힘든 수중 수색 업무에 투입됐던 유능하고 헌신적인 구조대원이었다고 평가했다.

박단비 구급대원을 두고 문 대통령은 늘 밝게 웃던 1년 차 새내기 구급대원이었으며 쉬는 날 집에서도 훈련을 계속하면서, 만약 자신이 세상에 진 빚이 있다면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갚겠다고 했던 진정한 소방관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다섯 분의 헌신과 희생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바치며, 다급하고 간절한 국민의 부름에 가장 앞장섰던 고인들처럼 국민의 안전에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겠다”며 “소방관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 역시 국가의 몫임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소방헬기의 관리운영을 전국단위로 통합해 소방의 질을 높이면서 소방관들의 안전도 더 굳게 다지겠다”며 “다섯 분의 희생이 영원히 빛나도록 보훈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영결식이 지난 2004년 소방방재청 신설 이후,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첫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으로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사를 하신 것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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