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계약직 김용균씨가 잔탄 제거 작업 중 컨베이어에 끼어 숨졌다. 지난주 열린 추모·결의 대회에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또 다른 용균이들은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으로 내몰려 위험하고 억울한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도 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몇가지 조치만 바뀌었을뿐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는 목소리가 계속된다.

언론은 ‘김용균 1주기’를 어떻게 다뤘을까. 다음은 10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가 다룬 김용균 1주기와 관련된 기사 제목이다. 여러 개의 기사를 배치했을 시 1면 기사의 제목을 소개했다.

경향신문 1면 ‘나는 김용균이다’ 
한겨레 1면 “1년간 또 작업장서 스러진 523명 ‘김용균법’은 이들을 살릴 수 없다”
서울신문 12면 “‘산재 타려고 나왔냐?’ 눈치에 아픈 김용균들 퇴사합니다”
중앙일보 사설 “김용균 1주기, 아직도 하루 한 명 떨어져 숨진다”
한국일보 사설 “고 김용균 1주기…산업현장 안전 개선, 여전히 갈 길 멀다”

▲10일 경향신문 1면.
▲10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김용균 1주기를 맞아 기획을 준비해 1면부터 기사를 배치, 각각 2개(경향신문), 3개(한겨레)의 기사를 실었다. 그 외에도 경향신문 칼럼 2개에서 김용균이 또 언급됐다. 서울신문은 기획기사는 아니었지만 산재와 관련한 기사를 배치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는 없었고 사설로만 다뤘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김용균 1주기 관련 기사를 지면에 배치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나는 김용균이다’ 기획으로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 참가한 23명의 노동자들을 촬영했다.

한국발전기술 하청노동자 최씨는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안한다. 고정식 안전펜스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더 위험하고 번거롭다. 소통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법이 바뀌어도 와닿는게 없다는 것.

▲10일 경향신문.
▲10일 경향신문 7면.

경기 수원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 김태규씨의 누나도 “용균이 1주기가 지났지만 저희같은 경우는 원칭이 기소도 안됐다. 정부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경우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부족함을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은 산안법 적용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등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되고,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도 일부 강화됐다. 그러나 한겨레는 “여전히 위험 작업을 도급업체에 떠넘기는 것에 큰 제약이 없고, 사고가 나도 원청업체가 져야 할 책임은 가볍다. 그나마도 개정을 앞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은 법보다 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기사는 김용균이 떠나고 1년 사이 지난해 12월11일부터 올해 10월30일까지 모두 523명이 작업장 사고로 숨졌다고 알렸다.

8면으로 이어지는 한겨레의 기사에는 “정부는 입법 예고한 하위 법령에서 도급을 금지한 대상을 ‘1% 이상의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한정했다. 김용균이 했던 전기사업 설비의 운전·점검 업무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하는 대부분의 업무가 도급 금지 대상도, 승인 대상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위 법령도 산업재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대표적으로 건설공사의 경우, 원청이 산재 예방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일 때만”이라고 전했다.

▲10일 한겨레 8면.
▲10일 한겨레 8면.

9면에는 태안화력 현장에서 바뀐 것들을 취재했다. 기사는 지난 8월 발표된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대로 특급 마스크가 지급된점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이 기사는 사고 이후 동료들이 2인1조로 근무 수칙을 준수하고 일부 설비 개선이 나아졌지만 하청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하청이 서로 떠넘기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의 기사는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지만 오히려 지난히 산업재해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다친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원청회사가 위험한 일을 하청회사에 위탁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한 노동자의 생명은 계속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김용균 1주기…아직도 하루 한 명 떨어져 숨진다’에서 실제 현장의 변화가 더디고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비용보다 과태료가 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처벌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 자신의 변화다. 벌금·과태료가 적다고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열악한 근로자를 위해 국가가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친노조’가 아닌 ‘친노동’ 정책”이라고 썼다.

▲10일 중앙일보 사설.
▲10일 중앙일보 사설.

한국일보 사설 역시 “변하지 않는 산업안전 실태는 산재 통계에 그대로 드러난다. 올들어 9월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667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3년 내 절반 감축은 어림도 없다. 부상자 등 전체 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 사설은 “법제 강화와 사용자의 각성 없이는 하루에 3명이 떨어지거나 끼이고 깔려 죽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며 “도급 금지 범위나 원청 책임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개정 산안법과 시행령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나아가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안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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