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 편집국 개혁을 두고 KBS가 ‘출입처 폐지’를 방안으로 내놓으면서 출입처 제도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9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관으로 ‘취재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가 발제를 맡고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엄경철 KBS 보도국장, 이정훈 신한대 교수(가나다순)가 참여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토론회에서 언급된 출입처 논쟁에 관한 사안을 5가지로 정리했다. 그 5가지는 △출입처 ‘개혁’이냐, 출입처 ‘폐지’냐 △출입처를 폐지할 경우 ‘응답 책임성’ 등 부작용 사례 △출입처 특혜의 핵심 ‘기자단’, 기자단 특혜는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나 △독자들은 정말 ‘심층’ 기사를 소비하나 △출입처 폐지한 후, 대안과 주체는 무엇이고 누구인지다.

①출입처 ‘개혁’이냐, 출입처 ‘폐지’냐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는 우선 ‘출입처 폐지’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어떤 수준의 출입처 폐지를 말하는지 정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토론을 할 때 가장 먼저 정리하고 가야할 것이 있다. 출입처 폐지라고 할 때 그 안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가장 낮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가 있는데 그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란 해당 기관에 기자나 언론사가 출입처로 등록을 하고 보도자료를 받거나 문자 등 일정을 공유받는 수준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는 출입처 내에서 기자단을 형성해 기사를 쓰는 행위에 대한 것, 기자단을 꾸리는 것을 넘어서 외부에 폐쇄성을 가지면서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 있다. 이와 함께 출입처에서 상주하면서 출입처와 유착되는 것까지 단계별 ‘출입처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낮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부터 가장 높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 중 어떤 단계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출입처 폐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 정리’에 속한다. 이어 박 교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출입처 관행, 즉 기자들이 출입처에 기자 등록을 하고 일정이나 보도자료를 받는 방식은 이미 서구에서도 보편화돼있고 허용될 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자들이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외부 매체 출입을 가로막는 카르텔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입장은 낮은 수준의 출입처 제도는 유지하되, 폐쇄적 기자단 등은 해체하는 수준이 돼야한다는 것. 

▲9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관의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9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관의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에 따르면 사실상 KBS가 말하는 ‘출입처 폐지’는 ‘출입처 개혁’이라고 말해야 옳다. 기본적인 출입처는 두되, 유착을 하거나 매몰되는 식의 관행을 없애자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엄경철 KBS 국장은 “국장 임명을 받기 전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한 출입처 폐지를 이야기 했는데 ‘출입처 폐지’라는 단어만 남았다”라며 “사실 ‘출입처 혁파’를 쓸까. ‘폐지’를 쓸까 하다가 폐지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현실적으로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들을 만들어보고자 함이었고 출입처 중심이 아닌 사고를 갖자는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②출입처를 폐지할 경우 부작용 사례

‘출입처 폐지’냐 ‘출입처 개혁’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출입처를 전면으로 폐쇄했을 때, 부작용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입처의 전면 폐지’보다 ‘출입처 개혁’의 방향으로 입이 모아졌다. 출입처를 전면 폐지할 경우, 특히 ‘응답 책임성’이 가장 큰 출입처 폐지의 부작용으로 꼽혔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출입처 기자단이 없을 경우, 관료들은 그저 문의를 하는 기자에게 ‘모른다’고 하면 된다”며 “관료들은 ‘모른다’고 하면서 오보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답이 잘못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특히 이러한 부작용이 연차가 낮은 기자들에게 쏠린다고 했다. 문 실장은 “입사 초기에 주간지와 월간지에서 일했는데 출입처가 명확한 일간지에 비해 관료들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며 “경력이 있는 기자들은 이미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출입처가 사라져도 상관 없지만, 네트워크가 없는 기자들에게 출입처 없애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의 이러한 지적은 출입처를 폐지할 시 저연차 기자, 혹은 현재 검찰 기자단처럼 폐쇄성이 강한 출입처 외의 출입처에서는 대형 언론사보다 중소 언론사가 피해를 볼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상규 셜록 기자도 “저는 출입처가 없는 곳에서 탐사보도를 하는데, 오마이뉴스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경력과 네트워크를 사용해서 기사를 쓴다. 만약 2~3년차 기자들에게 당장 출입처 없이 탐사보도를 하라고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언론계 종사자들은 저연차 때 출입처를 돌면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후에 탐사보도나 심층 보도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출입처 폐지를 할 경우 정부 부처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아예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거나 일정 등을 숨기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가장 왼쪽) 사진=정민경 기자.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가장 왼쪽) 사진=정민경 기자.

③출입처 특혜의 핵심 ‘기자단’, 기자단 특혜는 어디까지 인정해야하나

토론회에서 ‘출입처 폐지’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모아졌지만 ‘기자단 폐지’나 기자단의 투표 시행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히 기자단들이 출입처에서 투표를 통해 신규 매체들의 입성을 막는 것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나왔다.

문소영 논설실장은 우선 검찰 기자단 등 2~3개의 기자단을 빼고서는 사실상 장벽이 무너졌고 특혜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매우 특정한 출입처의 기자단을 제외하고서는 요새는 출입처에 취재를 하겠다고 신청하면 웬만한 언론사가 모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출입 기자단이 모두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새로운 매체가 기자단에 입성할 시 투표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실장은 “기자단 투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극우 매체, 극좌매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극우매체나 극좌매체는 언론이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가짜뉴스 등을 만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특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출입해도 된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이런 기자단 투표 문화 등을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이사는 폐쇄적 기자단 제도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낼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헌법 언론의 자유 관련 조항에 따라 폐쇄적 기자단 운영은 법률상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법률가의 의견을 들었다”며 “이러한 문화는 위헌소송을 내면 위헌 판결을 받을 소지가 높다. 검찰 출입 기자단을 포함해 폐쇄적인 기자단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두에게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투표를 해서 기존 기자들이 새로운 기자를 받아주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며 “왜 기존 기자들이 다른 기자들의 취재 여부를 결정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기자실에 누굴 출입시켜주고 아니고를 왜 기존 기자들이 결정하나. 언론 유관 단체가 위헌 소송 등을 준비해서 문제를 고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④독자들은 정말 ‘심층’ 기사를 소비하나

토론회 내에서는 독자들이 정말 심층적이고 탐사보도 등 새로운 기사를 많이 소비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탐사 보도나 깊이있는 보도보다, 자극적인 기사의 클릭수가 월등히 높은 현상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것. 

문소영 논설실장은 “포털뉴스와 관련된 통계를 보면 독자들이 정말 ‘좋은 뉴스’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 탐사보도팀이 오래 품을 들인 기사도 포털에서는 하루 소비되고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신문의 입장에서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라면서 “예전에는 주간지나 월간지 소비가 많아 탐사보도나 심층보도를 하면 길게 소비가 됐다. 지금은 뉴스가 유통되는 통로가 포털 하나이기에 때문에 어떠한 좋은 뉴스도 하루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품을 얼마나 들이든 상관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좋은 기사가 오랫동안 소비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짧게 소비되고, 오히려 가짜뉴스가 빠르고 다양하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산된다”며 “이렇게 소비되는 뉴스들을 보면 과연 독자들이 좋은 뉴스를 소비하길 원하는지 회의가 들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상규 셜록 기자는 반대 입장을 내놨다. 박 기자는 “셜록 매체에 대해 후원자들이 많다. 좋은 뉴스를 쓰면 10만의 독자들이 클릭을 한다”라며 “ 때문에 좋은 뉴스는 여전히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흠 교수는 문 실장이 지적한 것처럼 포털 뉴스 위주의 유통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언론사에서 노출하는 좋은 뉴스들도 있지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들이는 공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시민들이 열등하거나 무능해서 좋은 뉴스를 못알아보는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포털 중심의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포털 중심의 유통 구조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인데 언론사들이 포털을 빠져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출입처라도 빠져나와서 좋은 뉴스를 훨씬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엄경철 KBS 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출입처 폐지 논쟁 토론회에서 엄경철 KBS 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⑤출입처 개혁, 대안은

출입처 제도 개혁을 하겠다는 선포를 내놓은 엄경철 KBS 국장에게 ‘어떻게’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엄 국장은 “보도국에 데일리 전담 기자, 위클리 기자를 따로 만들어 ‘위클리 기자’는 데일리 보도를 하지 않고 분석 위주로 뉴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며 “지금의 구도는 모든 기자가 데일리와 위클리를 전담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도를 하다보면 새로운 상상을 요구하는 기사를 쓰기 힘들기 때문에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 국장은 “이사회에도 뉴스에 투자를 하라고 강력 주문했다”라면서 “깊이있게 분석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자 개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뉴스와 관련된 뉴스 전문가, 그룹들을 KBS 취재망에 좀 더 강력하게 결속시켜야하고 이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에 제안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소영 실장 역시 “대부분의 기자들이 ‘보도자료 받아쓰기’ 등 허접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들 좋은 기사를 쓰고, 일명 스타기자 되고 싶어하는데 못되는 것은 기자만의 책임은 아니며, 사주나 언론사 경영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언론개혁에도 개인보다는 시스템의 변화가 중요하고 엄 국장의 사례처럼 경영진에게 더 투자해달라는 논의가 같이 돼야하지 기자 개인의 윤리만 강조하면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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