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한 엠넷 ‘프로듀스101’ 조작사건 관련 공소장을 보면 김용범CP의 혐의는 사기·업무방해, 안준영PD의 혐의는 사기·업무방해·배임수재·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 법률 위반이다. CJ ENM의 혐의는 뭘까. 없다. 공소장에 따르면 CJ ENM은 ‘피해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안PD는 2016년 2월 ‘프로듀스101’ 시즌1 1차 선발대상자를 선발하면서 투표결과를 조작해 61위 안에 있던 연습생 A·B를 61위 밖으로 보내고, 61위 밖에 있던 C·D를 61위 안으로 올린 뒤 조작된 투표결과를 모르는 방송관계자들에게 건네줬다. 안PD는 2017년 5월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도 60위 안에 있던 연습생 E를 60위 밖으로, 60위 밖에 있던 연습생 F를 60위 안으로 바꿨다. 김용범CP는 2017년 6월 시즌2 최종 생방송에서 투표수를 조작해 11위 안에 있던 G 연습생을 11위 밖으로 보내고, 11위 밖에 있던 H 연습생의 순위를 올렸다. 

2018년 ‘프로듀스101’ 시즌3에서 조작범위는 넓어졌다. 검찰은 “(피고들은) 아이즈원도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고, 1위부터 12위 사이에 피고인들이 원치 않는 연습생들이 포함되어 있자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정해놓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PD들은 2018년 8월 최종선발전에 오른 20명의 연습생 중 데뷔조 순위를 임의로 정한 뒤 연습생들의 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을 정해놓고, 생방송 문자투표가 끝나고 사전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 합계 숫자가 나오면 이 숫자에 미리 정해놓은 연습생별 비율을 곱해 순위별 득표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구속기소된 엠넷의 안준영PD. ⓒ연합뉴스
▲구속기소된 엠넷의 안준영PD. ⓒ연합뉴스

‘프로듀스101’ 시즌4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60위 안에 있던 I 연습생을 60위 밖으로, 60위 밖에 있던 J 연습생을 60위 안으로 올렸고 그해 7월 20위 안에 있던 연습생 K·L을 20위 밖으로, 20위 밖이었던 연습생 M·N을 20위 안으로 올렸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사전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 1위부터 11위 사이 참신성이 떨어지는 등 피고인들이 원치 않는 연습생들이 포함되어 있자, 이들을 최종 멤버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데뷔조 11명을 정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에 PD들은 아이즈원과 마찬가지로 연습생별 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을 정해놓았고, 결국 시청자들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CJ ENM은 시즌3에서 46만8290명으로 하여금 55만9169회에 걸쳐 유료문자대금(1회당 100원) 중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 수익금 3600만3225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 시즌4에서는 174만7877명으로 하여금 193만3832회에 걸쳐 수수료를 제외한 8864만7073원의 이익을 취했다. 이밖에도 안준영PD는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부정청탁 대가로 47회에 걸쳐 4683만7500원 상당의 술 등 접대를 받았다며 배임수재 혐의가 적시됐다. 그 결과 검찰은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계로 피해자 CJ ENM의 아이돌 그룹 선발 및 데뷔, 육성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의 결론이다. 

검찰은 ‘프로듀스101’ 시즌 전체에서 CJ ENM은 피해자로, 김용범·안준영 등 PD 3명은 가해자로 분류했다. 최소한 공모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윗선에서 오히려 PD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CJ ENM은 수익을 보장하는 효자종목인 엠넷의 오디션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소장의 판단은 CJ ENM이 이 사건을 먼저 수사 의뢰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CJENM. ⓒ연합뉴스
▲CJ ENM. ⓒ연합뉴스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탄생한 그룹 ‘워너원’은 지난 1년6개월간 매출액만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익 대부분은 엠넷과 워너원을 담당했던 CJ ENM 소속 기획사, 멤버 각자의 소속 기획사 등이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프로듀스’ 1~4 시리즈 출신 그룹 수익의 최소 50%를 가져갔다. 조선일보는 “방송사와 기획사가 돈 되는 아이돌을 만들어 수익을 공유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밀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CJ ENM의 거대수익이 직결된 이 같은 구조가 존재하는 상황을, 담당 PD 몇 명의 ‘일탈’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검찰 역시 공소장에서 “‘프로듀스101’은 방송에 의해 최종 선발된 그룹 멤버들의 연 매출이 수백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CJ ENM이 음악콘텐츠본부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CJ와 가짜오디션’ 편을 내보냈던 MBC ‘PD수첩’ CP 박건식 시사교양1부장은 “CJ가 피해자가 되면서 조직적인 조작 의혹에 대해 더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지 못했다”며 꼬리 자르기 의혹을 제기했다. 박건식 부장은 “(PD들의 경우) 실형이 나와도 형량이 아주 높지는 않을 것이고, 이마저도 나중에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을 때 고소자인 CJ측에서 처벌 의사가 없다고 나서면 (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구속기소 된 PD들과 CJ ENM 사이에 ‘신분보장’을 매개로 한 이면계약 내지는 조율과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소사실과 관련해 CJ ENM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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