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안전장치’가 없으면 팔지 못한다. 이처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에도 ‘안전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사업자에 이런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교육’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 안에서 가짜뉴스 문제나 악플 등의 문제를 그저 개인의 윤리의식이 낮고 절제가 안되는 탓으로 돌리면 안된다.”

6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뉴미디어와 인터넷 윤리’ 추계학술대회(한국인터넷윤리학회 주최) ‘뉴미디어 속 검색추천 기술과 윤리’ 세션에서 조정문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이 한 말이다. 조정문 연구원은 “내가 하는 일은 인터넷 윤리 교육이지만 교육에만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모자란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소셜미디어 강제법(네트워크 강제법.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와 같은 IT 기업은 독일 내 불법 콘텐츠를 인지한 후 24시간 이내 삭제해야한다는 내용의 법)을 언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안전 장치’를 만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독일의 사례처럼 콘텐츠를 직접 삭제하는 방안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통해 안전 장치를 심어야한다는 뜻이다. 

조정문 연구원이 사례로 든 안전 장치란 △신고 기능 강화 △AI를 활용한 악의적 페이지 차단 △반사회적 문자 입력시 다양한 형태의 알림 제공 기능 △의사소통시 상대방의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디자인 구현 등이다.

그는 또한 댓글을 남기기 전 본문과 관련있는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댓글창에 질문을 넣어두는 방안을 언급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특정 비윤리적인 단어를 넣으면 입력창에 ‘엔터’ 대신 ‘실행하지 않음’이라는 버튼이 뜨는 사례를 시범시행하는 것도 언급했다.

이러한 제안은 최근 인스타그램이 ‘좋아요’를 없애는 추세와도 연결된다. 조 연구원은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좋아요’가 공유를 위한 경쟁으로 몰고 있으며 민주주의를 양극화시키고, 아동을 중독시키고, 대화가 아닌 격분을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최근 페이스북이 ‘좋아요’를 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인스타그램도 한국이 아닌 곳에서는 ‘좋아요’를 없앤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비윤리적 단어가 포함된 댓글을 달려고 할때 '실행하지 않음'이라는 버튼이 뜨는 시범 운행의 예. 한국에서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세션인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 여론 조작과 윤리’에서도 가짜뉴스 규제론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펼쳐졌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짜 뉴스에 대해서 민간 자율에 맞길 것인지 법률에 맞길 것인지 논의가 계속되는데 그저 교육에 맞기자고 하는 건 너무 장기적인 시각이다. 단기적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주체의 규제를 말할때 간혹 ‘엄벌주의’로 가면 위축이 생길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정도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조사관은 “기업에게 규제를 할 때도 ‘안하면 처벌’ 식의 규제가 아니라, ‘하도록 해야 한다’, ‘올바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식의 노력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 '뉴미디어와 인터넷윤리'의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 여론 조작과 윤리'세션. 사진=정민경 기자.
▲6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 '뉴미디어와 인터넷윤리'의 '부정확한 정보, 가짜뉴스, 여론 조작과 윤리'세션. 사진=정민경 기자.

다만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나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데 위축을 시키는 소지가 있으니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종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박사는 “가짜뉴스와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식인 알고리즘을 통제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사실 이것은 누구도 강제할 수 없다”며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강요할수도 없고 결국 설계자의 윤리에 맡겨야하는데 교육의 문제라고 본다. 법적 강제력을 가지게 되면 위축이 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도 “기업이 소비자들의 지적을 듣고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변화해나가는 것은 환영한다. 소비자가 운동을 하고, 기업이 그 영향을 받는 선순환은 상당히 바람직하다”라며 “그러나 소비자 운동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플랫폼들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많은 의무 조항이 생겨버리면 새로운 사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와서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진입을 못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위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에 이것저것 하나하나 기능을 심으라고 의무하고 패널티를 줄 정도로 정말로 가짜뉴스가 주는 위험이 시급하고 현존하고 위험한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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