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은 꼭 받아야 한다. 논평 프로그램에 뉴스 같은 보도 프로그램처럼 ‘객관성’을 엄중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판 대상에게 반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사전에 반론 기회를 주지 못했다면 사후에라도 반영해 후속 보도를 해야 한다”(이소영 방통심의위 위원)

▲ 지난 7월4일 방송된 KBS ‘김용민 라이브’ 유튜브채널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7월4일 방송된 KBS ‘김용민 라이브’ 유튜브채널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KBS 라디오 ‘김용민의 뉴스라이브’가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KBS ‘김용민 라이브’는 지난 7월4일 ‘잠깐 인터뷰’ 코너에서 출연자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해 방송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받았다.

이날 출연자로 주진우씨가 나왔다. 주진우씨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삼성과 관련해서 황교안의 의혹이 쏟아질 것 같다”고 말하자, 진행자인 김용민씨는 “예전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삼성에서 떡값을 받았다는 설이 있었고 그걸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한국일보가 재판에서 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진우씨는 “황교안 전 총리가 당시 법무부 장관이고 총리였다. 2015년에 판결이 마무리됐다. 재판을 열어 자기가 유리한 대로 정리했을 수 있다. 소송 사기로 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김용민씨는 “그래도 황교안 대표가 재판에서 이겼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주진우씨는 “분명 황교안 대표가 상품권을 받았고 금품 수수 의혹이 있다. 당시 검찰이 분명 조사했다. 그 검사가 윤석열이다”고 말했다.

▲ 2013년 10월14일자 한국일보 1면
▲ 2013년 10월14일자 한국일보 1면

앞서 한국일보는 지난 2013년 10월4일 1면 머리기사에 “1999년 삼성 관련 사건 수사 때 황교안 법무 ‘떡값’ 수수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성매매 사건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삼성그룹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의혹 보도했다.

▲ 2013년 10월14일자 한국일보 2면
▲ 2013년 10월14일자 한국일보 2면

같은 날 한국일보는 2면에 “삼성X파일 수사 소극적…‘떡값’과 관련 있었나”라는 제목으로 “이후 황 장관은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던 ‘삼성X파일’ 사건을 맡아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을 기소하고 검사들은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황교안 장관은 사실이 아니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증인인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본부 출신 변호사가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국일보는 패소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6년 3월30일자 아침종합신문 2면에 정정보도문을 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한국일보가 이 기사로 패소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김용민 라이브’ 담당 홍아람 PD는 “사전에 주진우 기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미리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한테 확실히 들었다고 했다”고 답했고, 전광삼 상임위원은 “김용철한테 들었다는 주진우씨 말만 가지고 이렇게 방송했나? 재판 결과를 부인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홍 PD는 “표현이 거칠었던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했고, 전 상임위원은 “사실인지 따지지 않은 건 중요한 게 아닌가? 표현이 거칠었던 부분만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홍 PD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연사의 입을 통해 나가는 걸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도 “방송에서 잘못 나간 내용은 진행자든 출연자든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재판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고, 홍 PD는 “주진우 기자가 의혹이 있으면 끝까지 물어뜯는 캐릭터라 생방송 중 통제를 못 했다. 잘못이다”면서도 “방송이 일일이 다 컨트롤 못 한다. 인력, 시간이 부족하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소영 위원은 황교안 대표나 자유한국당에 반론 기회를 줬는지 물었다. 이소영 위원은 “반론을 요청했는데 한국당이 회신을 안 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 KBS가 한국당에 연락을 안 한 것인가”라고 묻자, 홍 PD는 “한국당이 대답을 평소에 잘 안 해줘서 안 했다”고 답했고, 이소영 위원은 “안 할 것 같으니까 안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 2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이소영 위원·김재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논평 프로그램이 이런 의혹 제기는 할 수 있다. 합리적 비평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하면서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위원도 “판결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의혹을 다시 이야기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할만한 증거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 뉴스수용자들은 기자가 나와서 이야기하면 취재를 통해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법정제재를 주장한 박상수 위원은 “공영방송에서는 의혹 제기 수준의 방송은 해선 안 된다. 사실 확인을 해야 했다”고 말했고, 전광삼 상임위원은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 정도는 했어야 했다.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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