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ABC협회가 6일 2019년(2018년도분) 일간신문 172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 119만3971부, 동아일보 73만7342부, 중앙일보 71만2695부, 매일경제 55만3921부, 농민신문 38만5530부(주3회), 한국경제 36만2616부, 한겨레 20만343부, 문화일보 17만5693부, 한국일보 17만2696부, 경향신문 16만5764부, 서울신문 11만7622부 순이다. ‘TOP3’인 조중동 유료부수 합계는 264만4008부다. 

유료부수는 줄지 않고 있다. ABC협회가 밝힌 최근 추이를 보면 △2013년 0.03% 감소(-2154부) △2014년도 3.76% 감소(-27만9211부) △2015년도 0.36% 감소(-2만5553부) △2016년도 0.84% 증가(6만163부) △2017년도 0.59% 감소(-4만2047부)했다. 눈에 띄는 유료부수 하락이 세계적 추세인데 한국의 경우는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부수가 늘어난 해도 있다. 올해 공사의 경우 유료부수는 1.65%(-11만9374부) 감소했다. 

ABC협회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전국일간지 29개사 유료부수는 423만1182부(59.6%), 경제지 16개사 유료부수는 123만3571부(17.4%)였으며 지역일간지 112개사의 유료부수는 104만9938부(14.8%)로 나타났다. ABC협회 또한 6일 보도자료에서 “2010년~2019년 10년간 전국일간지 유료부수는 10.1% 감소했으며 2015년~2019년 5년 간 유료부수는 0.4%의 소폭감소에 그쳤다”고 밝혔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디자인=이우림 기자.

앞서 지난 6월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신문사·신문지국 간 ‘부수 밀어내기’ 갑질 실태를 고발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ABC협회 부수공사 제도의 허점을 비판하고, 종이신문이 펼쳐지기도 전 폐지로 직행하는 현장을 추적했다. 이후 ABC협회 신뢰도에 의문을 품는 국민이 늘어났다. 이 때문인지 ABC협회는 이날 이례적으로 주요 일간지의 최근 10년간 유료부수 구독자 추이를 발표했다. 

유료부수는 일반적으로 가구부수(집), 영업장부수(관공서·사무실·상가), 가판부수로 분류하는데, ABC협회는 영업장부수 비율이 2010년 38.56%에서 2014년 46.77%, 2019년 54.99%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공개하며 “신문구독자가 가구독자 중심에서 영업장 독자 우위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BC협회가 이 같은 비율을 공개한 것은 집에서 신문 보는 사람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유료부수가 거의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BC협회는 “유료부수 중 비가구독자 비율은 2019년 기준 경제지가 71.72%, 지역일간지가 71.42%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전국종합일간지는 47.73%로 가구 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ABC협회가 보도자료에서 언급하지 않은 유료부수인 ‘기업부수’다. 기업부수와 영업장부수와의 차이는 ‘구독 의지’다. 기업부수는 구독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구독의지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 예컨대 어느 기업에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신문을 보겠다며 구독료를 지급하지만 구독자를 특정하지 못해 실제 유료부수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이 경우는 기타 부수로 포함되는데, 기업부수는 기타부수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며 매년 증가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업부수는 신문사가 기업을 상대로 한 ‘약탈적’ 영업형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방송된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폐지공장으로 직행하는 신문들.
▲지난 6월 방송된 KBS '저널리즘토크쇼J'의 한 장면. 폐지공장으로 직행하는 신문들.

ABC협회는 일련의 공사 신뢰도 하락 여론을 의식한 듯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국 조사는 최대 1100곳~최소 20곳 신문사별로 구성한다. 가구독자와 함께 영업장·가판·후원부수 등 모든 신문사 유통망을 조사한며 독자명부, 배달여부, 수금장부, 전산프로그램, 독자 실존 여부를 표집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ABC협회는 또한 “영업장독자를 제외하고 있는 다른 기관의 조사는 신문시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는 ABC협회의 공사 현실은 이러하다. 신문사 본사로부터 분기별(1/4, 2/4, 3/4, 4/4) 부수 결과를 보고 받고, 30여 곳 이하의 표본지국을 조사해 본사가 주장하는 부수와의 성실률(격차)을 따져 부수를 내고 있다. 표본지국에 7일 전 공사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미리 내려와 ‘준비’를 정교하게 하는 경우 2인1조로 구성된 공사원들로서는 조작 여부를 잡아내기 어려운 순간이 많다. 성실률이 지나치게 차이나면 표본지국이 바뀌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 지역의 한 신문지국장은 “조중동의 경우 며칠 전 ABC협회에서 방문 사실을 알리면 본사 전산팀이 내려와 다른 지국의 독자관리프로그램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BC협회는 이사회 구성상 신문협회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어서 공사는 구조적으로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ABC협회 이성준 이사장은 한국일보 출신으로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 당시 언론위원회 본부장 겸 특보단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문화특보를 역임했으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맡은 뒤 2014년 10월부터 현재까지 5년 넘게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신문의 부수공사를 책임지고 있다. 한 신문업계 관계자는 “종이신문 감소속도가 빠르다. 배달망이 빠르게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ABC협회 유료부수 인증결과만 보면 신문업계는 아직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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