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검찰 기자단’편에 대해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는 성명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출입 기자단 소속 기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법조출입기자단’ 일동 명의로 나가려고 했던 성명이 대법원 기자단 소속 22명의 이름으로 발표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선 기자들은 대법원 기자단 간사가 한 매체와 ‘법조기자단이 PD수첩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오해할만한 인터뷰를 했다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도 밝혔다.

출입 기자들에 따르면 5일 오후 2시30분경 법조 출입기자단 전체 카톡방에 “<공지> PD수첩 관련해, 성명서 발표와 함께 변호사 자문을 통해 언중위 제소, 민사소송 제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는 내용의 공지문이 떴다.

그리고 오후 5시경 “<공지> 성명서는 팀장 회의에서 결정된대로 법조기자단 일동이라고 나갑니다. 추후 언중위나 소송 등은 각 사별 의견 반영해 진행합니다. 의견 없으시면 5분 뒤에 성명서 발송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공지됐다.

법조 출입기자단은 소위 1진(법조팀장)이 모여있는 대법원 기자단과 지검(고검) 기자단, 지법(법원)기자단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공지문과 성명은 대법원 기자단에서 작성했다. 대법원 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 기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성명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기자들은 공지문을 받아들고 대법원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아래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개인 의견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성명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기자들도 있는데 ‘법조기자단 일동’ 명의로 성명이 나가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PD수첩 방송에 대해 사과 및 정정보도를 청구한 성명이 ‘대법원 기자단’ 소속 22명 명의로 발표된 것은 이처럼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 검찰. @연합뉴스.
▲ 검찰. @연합뉴스.

일부 기자들은 현재 나온 성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에 "이에 법조기자단은 MBC PD수첩을 상대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전체 법조기자단이 동의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에 법조기자단은’이라는 문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건훈 대법원 기자단 간사가 한 매체와 인터뷰해 “법조 기자단, PD수첩 법적 대응 나서기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온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일선 기자들의 주장이다. 김건훈 간사는 인터뷰에서 “마치 기자단이 검찰과 유착해 위법적인 취재를 하는 것처럼 보도한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기 때문에 다음 주에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2~3주 안에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출입 기자는 “관련 기사로 인해 법조기자단 전체가 PD수첩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오해하는데 대법원 간사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확정된 것처럼 기자에게 알린 것은 아닌지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선 기자들은 대법원 기자단 간사에서 인터뷰가 나오게 된 경위를 묻고 사실상 ‘오보’라며 대응 계획까지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일방적으로 추진된 성명과 인터뷰 때문에 PD수첩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전체 법조 출입기자단의 입장인 양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대법원 기자단 소속 22명이 발표한 성명. 

MBC PD수첩이 지난 3일 방송한 ‘검찰 기자단’ 편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투성이었다.

검찰과 기자단을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라 규정했고,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의혹 관련 각 사별 단독보도 대부분도 한 시민단체의 통계를 근거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의 결과물로 의제했다.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파악했다” 등 표현만 있으면 검찰발로 분류한 것이었다. 땀내 나는 외곽취재의 결실도 최종 검찰 확인단계를 거치고 나면, 검언(檢言)간 음습한 피의사실 거래로 둔갑시킨 확증편향의 오류로 법조기자단의 취재행위를 폄훼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기자협회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 가운데 검찰 발 기사 수상을 검언간 피의사실 거래로 간주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명에 대역 재연까지 써가며 현직 검사와 법조기자를 자칭하고 나선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의 허구성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기자 앞에 조서를 놓아둔 채 수사 검사가 통화를 핑계로 자리를 비켜줬다는 건 현재 법조계를 출입하는 기자는 물론, 과거 법조를 거쳐 간 선배들로부터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다.

공인을 포함해 주요 사건 인물의 소환 여부와 귀가시간 역시 피의사실과 무관할 뿐더러 기존 수사공보준칙의 테두리 내에서 공보 담당자에 의해 이뤄진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MBC PD수첩은 출처와 진위 여부도 의심스러운 일부 인터뷰 내용으로 전체 법조기자단을 브로커 등 범죄 집단처럼 묘사해 특정 직업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

이에 법조기자단은 MBC PD수첩을 상대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

2019년 12월5일

<대법원 기자단> 김건훈 김민서 김윤수 김재홍 김현 박종서 방승배 배혜림 안희 오제일 이가영 이두걸 이경원 이영창 이현호 장관석 전지성 정동권 정유신 조백건 좌영길 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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