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은 9월29일부터 10월6일까지 8일 동안 ‘2019 해외현장조사사업단’을 파견했다.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각 나라의 언론 현장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각 나라의 언론 기관 노조 지부들과 언론정책 정부부처, 언론 유관 기관이다. 유럽 언론의 △제작환경 △고용구조 △미디어진흥 및 규제 정책을 들여다봤다.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의 해외현장조사 사업 가운데 프랑스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프랑스 최대 언론인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에 의해 경직된 언론 환경과 기자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문화부와의 만남에서는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언론 정책을, 공영방송인 텔레비지옹-라디오 노동조합과의 만남에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들었다. -편집자주

“프랑스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침 식사 전 식탁에서 신문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프랑스 문화부 미디어문화산업정책총국(Direction generale des Medias et des Industries culturelles)의 파브리스 카사드배그(Fabrice Casadebaig) 신문·뉴스 직종 담당 부국장이 프랑스의 언론 지원 정책의 개념을 정리한 말이다. 프랑스에는 신문사에 대한 직접지원부터 배달유통망 지원, 인쇄소 지원까지 촘촘하게 지금지원책이 짜여있다. 9월30일 프랑스 파리 문화부에서 파브리스 부국장과 만나 언론지원 정책의 현황을 들었다.
 
활자 매체 지원에 관한 예산 규모는 약 2억 8500만 유로(약 3745억 원) 정도다. 프랑스 언론 지원 정책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당시로 소급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신문 운송에 국고가 지원됐고 1947년 언론지원기구 SJTP(Service Juridique et Technique de la Presse)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됐다. 

오늘날 프랑스 정부가 언론에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는 △재정이 어려운 정치 신문에 대한 특별 재정지원 △지역일간지(주간지, 계간지로 확대)에 대한 특별 지원 △언론사의 디지털화를 위한 특별 지원 기금 등의 혜택이 있다. 간접 지원의 형태로 △언론사에 대한 세금 감면 △통신비 및 운송비 지원 △공동배급 비용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파브리스 부국장은 언론에 대한 직접 지원 가운데 우편배달 지원과  ‘다양성’을 위한 지원 정책을 먼저 언급했다. 
“우편배달을 통한 신문배포는 프랑스 혁명 때부터 있었다. 이에 관련해서는 정부 예산이 책정돼있다. 이 가운데 다원성의 보장과 지역 소규모 매체를 지원하는 측면을 살펴보면 매년 1600만 유로(약 210억 원)가 책정돼있다. 대표적인 게 공산주의 신문인 ‘위마니떼’(humanite)와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Liberation)에 대한 지원이다. 지역 소규모 일간지와 주간지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2015년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테러(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사무실에 테러리스트들이 총기를 난사해 편집장인 스테판 샤르보니에르 포함, 직원 10명과 경찰 2명까지 총 12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일간지만 지원하던 정책이 변화해서 월간지, 계간지로도 확대했다.”

파브리스 국장은 “직접 지원을 받으려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광고수익이 언론사 예산의 25% 이하일 때만 지원하는 것”이라며 “지역 언론의 경우, 지역에서의 ‘1등 신문’에는 지원금이 없다. 지역에서 가장 큰 언론사 외의 매체에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문화부
▲프랑스 문화부 미디어문화산업정책총국(Direction generale des Medias et des Industries culturelles)의 파브리스 카사드배그(Fabrice Casadebaig) 신문·뉴스 직종 담당 부국장(가운데)과 문화부 직원들. 사진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이런 언론지원제도는 프랑스의 언론지원제도가 규모가 큰데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변화해온 결과다. 신문 제작 비용과 유통 비용 감소에 집중해온 프랑스의 언론 지원 정책이 산업적 활성화는 가져올 수 있었지만 언론의 질적 수준을 높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최근에는 다양한 관점의 중소매체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신문사에 대한 직접 지원과 함께 배달원에 대한 사회보장비용도 지원한다. 파브리스 국장은 이에 대해 “어디에 살든 아침 7시30분 정도,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신문을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의 가정배달 비중이 큰 프랑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데 이 지원금은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2009년에는 6175만 유로(약 811억 원), 2010년에는 7000만 유로(약 919억 원)가 지원됐다. 한때 예산이 줄어든 적도 있으나 다시 확대됐다. 파브리스 부국장은 “2020년의 경우 9600만 유로(약 1261억 원) 정도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신문을 인쇄하는 인쇄소에도 현대화 등을 목표로 정부 지원금이 들어간다. 파브리스 부국장은 “인쇄업체의 현대화를 위해 명예퇴직 시스템을 두고, 재정적 지원을 한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인쇄 업체 가운데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키오스크’라는 업체에는 2800만 유로 정도(약 367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 우편요금에도 ‘신문 배달 요금’이 따로 있다. 일반 우편과 신문 배달요금이 분리돼있고 소규모 지역지의 경우 보통의 신문배달 요금보다 저렴한 요금을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문화부 간판. 사진=정민경 기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문화부 간판. 사진=정민경 기자.

새 매체 창간·현대화도 정부 지원 적극

‘언론 현대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있다. “현대화의 일환으로 잉크나 종이에서부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기사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도록 촉진하는 것에도 1600만 유로(약 210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은 개별 언론사가 프로젝트 기획안을 내놓으면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전체 프로젝트의 최대 70%까지 현대화를 위해 지원한다.”

2017년부터는 ‘언론 현대화 혁신’을 위해 약 500만 유로(약 64억 원)를 추가 지원하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매체를 위한 재정지원과 ‘대기업’과 같은 언론이 ‘스타트업’ 언론을 키울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다르게 언론에 대한 정부 광고 규모는 적은 편이다. 파브리스 국장은 “정부광고 규모가 워낙 작아, 2500만 유로(약 328억 원) 정도다. 이는 전체 광고 시장 규모가 70억 유로(약 9조 원)인 것에 비해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매체별 배분은 정부에서 정한 요금제에 따라서 한다”고 설명했다.
 
공영 방송사는 시청료를 받아 예산을 지원한다. 공영방송 시청료는 한국의 수신료와 비교해 매우 높은 편이다. 한 가구당 연간 138유로(약 18만원)다. 프랑스 전체 가구 수는 약 2320만 가구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에 지원하고 프랑스TV, 프랑스 라디오, 국제 공영방송 합작회사 등이 포함된다. 수신료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공영 방송에 대한 추가적 지원은 없다. 

민영방송의 경우도 지원하지 않는다. 파브리스 부국장은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민영방송은 국가가 ‘지상파’(전파)라는 큰 공공재를 쓰게 해줬기 때문에 오히려 그 자원을 쓰고 있는 민영방송이 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지방의 사설 소규모 라디오는 지원금이 책정돼있다”고 덧붙였다.

▲9월 말 방문한 프랑스는, 9월26일 서거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추모 기간이었다. 프랑스 문화부에서도 전국언론노동조합과의 인터뷰 이전에 추모의 시간을 짧게 갖자고 제안했다. 문화부 직원 등이 서서 눈을 감고 추모의 시간을 갖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9월 말 방문한 프랑스는, 9월26일 서거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추모 기간이었다. 프랑스 문화부에서도 전국언론노동조합과의 인터뷰 이전에 추모의 시간을 짧게 갖자고 제안했다. 문화부 직원 등이 서서 눈을 감고 추모의 시간을 갖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주35시간’ 기본에 연 8주까지 휴가도 

한편 파브리스 부국장으로부터 신문의 정부 지원 정책 외에 프랑스 언론계 이슈 중 하나인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법정 주 35시간 근무를 하지만 언론 노동에서는 개별 계약으로 추가 노동이 가능하다. 

35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 초과 시간만큼 다음 근무에서 빼고 초과수당으로 추가 보상을 해야 한다. 초과수당은 36시간부터 42시간까지는 기존의 수당에 25%를 가산해 계산 후 지급하고, 43~48시간은 50%의 수당을 가산해 계산한 후 지급하게 돼 있다. 2008년부터 연간 220시간을 초과 근무하면, 더 많은 추가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형사처분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노동 감시청에서 제대로 된 보상체제를 작용하지 않는 회사에 벌금을 물게 한다. 벌금은 노동자 한 명당 2000유로까지 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파브리스 부국장은 “수당을 받고 추가적으로 휴식시간을 받는다”며 “프랑스의 평균 휴가 일수는 5주다. 언론사의 경우에는 보통 주 35시간의 일을 하고 있으므로 보상을 하는 경우 최대 1~3주가 추가된다. 그 경우 1년에 8주 이상 휴가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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