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첩보 입수 및 전달 경위와 관련해 청와대측과 제보자의 주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게 나타나 진실공방의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결과 SNS로 외부인의 제보를 받아 첩보내용을 작성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보자의 신원을 두고는 본인 동의없이 공개할 수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도 되지 않아 이날 저녁 KBS 보도를 통해 제보자가 송병기 현 울산시 부시장으로 드러났으며 그는 여러 동향을 요구해서 동향 파악을 해서 알려줬다고 했다. 청와대 발표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더구나 현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여당 측근이 제보한 첩보가 청와대를 거쳐 경찰수사로 이어졌으니 ‘선거개입’ ‘청부수사’라는 언론들의 해석이 빗발쳤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시장 시절 울산시 국장직에서 2015년 물러났다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현 시장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다.

이에 청와대는 조사한 내용 그대로를 발표했을 뿐이며 제보자를 밝히지 않은 것은 본인 동의없이 공개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서 넘긴 것이 아니라 ‘정부측이 요구해서 알아봐줬다’는 송병기 부시장의 입장을 두고도 전날 조사 발표하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입장이어서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KBS는 4일 저녁 뉴스9 ‘제보자는 울산 부시장…“일상적 여론전달”’에서 “한 공직자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시작됐는데 이 공직자, 다름 아닌 송병기 현 울산 부시장이었다”고 보도했다. 송 부시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지역에서 언론 같은 데 나오면...거기에 동향을 물어보면 얘기해 주고 알려줬다”며 “당연히 이제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실 문아무개 행정관(청와대는 A행정관으로 발표)이 송 부시장에게 제보를 SNS로 받아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다는 청와대 발표 내용과 다르다. 청와대(정부) 쪽이 먼저 요구해 동향을 파악해줬다는 것과 제보를 받았다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KBS가 4일 저녁 방송한 뉴스9 톱뉴스. 사진=KBS 뉴스화면 갈무리
▲KBS가 4일 저녁 방송한 뉴스9 톱뉴스. 사진=KBS 뉴스화면 갈무리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을 찾아 발표한 입장을 통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내용을 두고 “발표내용의 핵심은 첫째 김기현 관련 첩보는 외부에서 온 제보를 요약정리해서 경찰청에 이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도 밝혔다”며 “둘째 고인이 된 서울동부지검 수사관은 작년 1월 고래고기 사건으로 울산에 내려갔지, 김기현 첩보를 확인하러 간 게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불법으로 김기현 첩보를 수집했다는 무차별적 보도가 모두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하명수사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도 밝혀진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제보자 신원을 밝히지 않아 하명수사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을 들어 “청와대는 내부조사를 진행한 것이며, 제보자가 누구인지 본인 동의없이 밝혀서는 안된다”며 “밝히면 불법이 될 수도 있는데, 청와대가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왜 불법을 저지르지 안했다고 지적하는 것과 같다”고 반론했다. 그는 “청와대의 하명수사는 없었고, 고민정 대변인 발표는 조사 내용 그대로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송 부시장에게 먼저 요구했다는 걸 전날 발표 때까지 알고 있었느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어제 발표 내용에도 있고, 우리가 조사한 것은 내부 조사에 국한 된 부분이었다”며 “송병기 부시장 입장을 들어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사결과 이후에도 송 부시장 접촉을 안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조사 팀이 송 부시장을 상대로 조사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제보자가 송철호 시장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하명수사 논란이 확대될 것을 알았을텐데고 어제 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질의에 이 고위관계자는 “말씀드린 그대로이며, 그렇다고 숨기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일하고 있는 참모들은 조사된 대로 밝힌다”고 답했다.

이 입장 외에 정무적 고려는 안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고인이 된 동부지검 수사관이 울산지역에 내려간 것이 고래고기 사건 아닌 김기현 첩보를 수집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서 출발했다”며 “전체를 있는 그대로 밝혀주지 않으면 어느 한 단계를 끊어서 정무적인 판단을 해서 ‘불리할 것 같으니까 이 부분은 빼자’ 그러면 진실성을 의심받게 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송 부시장과 주고받은 로데이터와 보고서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동의를 하신다면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 브리핑에서 청와대 발표내용과 송 부시장의 인터뷰 내용이 다른 것과 관련해 설명을 해달라는 미디어오늘의 요구에 “일단 제보자가 한 말과, 우리가 조사를 통해서 어제 그 말씀드린 결과 가운데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저희가 더 이상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파악된 바를 말씀드렸다”며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부산일보는 제보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문아무개 행정관과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 발표내용이 맞다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5일자 1면 ‘[단독] '김기현 첩보 편집 의혹' 문 행정관 “靑 발표 내용이 맞다”’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문 모 행정관은 5일 ‘청와대 발표한 게 맞다’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자신의 첩보문건 가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문 행정관은 이날 부산일보 기자와 단독 전화 인터뷰를 갖고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목숨을 끊은 마당에 무슨 거짓말을 하겠나”며 “청와대가 발표한 게 전부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그가 일부 언론 보도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나는 한 점 숨길 게 없다”고 덧붙였다고 썼다.

부산일보는 문 행정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고교 동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근무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한때 부산지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문 행정관은 대검찰청 수사관을 거쳐 청와대에 파견됐다가 지금은 청와대에서 나온 상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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