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조항을 심의할 때 최소한 기자가 무엇을 했는지를 살피겠다. 크로스체크, 반론 받기는 꼭 해야 한다. 의견진술 절차에서 기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본적인 걸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론 들으려다가 힘 빠지는 대답이 나와 기사 가치가 떨어질까 봐 일부러 안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이소영 방통심의위 위원)

▲ 사진= 지난 8월23일 방영된 TV조선 ‘뉴스9’ “[단독] 강경화, 일 고노 외상에 ‘미안하다’ 문자”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 8월23일 방영된 TV조선 ‘뉴스9’ “[단독] 강경화, 일 고노 외상에 ‘미안하다’ 문자”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허미숙)는 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TV조선 ‘뉴스9’이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TV조선 ‘뉴스9’은 지난 8월23일 “[단독] 강경화, 일 고노 외상에 ‘미안하다’ 문자” 리포트에서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하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 고노 외상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해 심의를 받았다.

이날 기사를 쓴 이채현 기자가 의견진술자로 직접 출석해 취재 경위를 상세히 밝혔다. 이채현 기자는 “고노 외상이 지소미아 파기 후 강경화 장관에게 ‘고멘나사이’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일본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중 한 기자가 자사 보도국에 이걸 보고했는데 저는 그 보고내용을 봤다. 비보도 전제였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몇 차례 일본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기사를 써도 될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실제로 TV조선 리포트 다음날 아사히 신문도 이 소식을 보도했다. 언론이 점차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수 위원은 “제가 보기에 미안하다는 말은 의례적 표현인 것 같은데, 거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뭔가”라고 질문하자, 김동욱 TV조선 뉴스에디터는 “그래서 우리도 리포트 끝에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강경화 장관이) 유감이라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라는 해설을 붙였다”고 답했다.

김재영 위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보도로 인해 국익이 훼손되는 우려는 없나”라고 묻자, 김동욱 뉴스에디터는 “지소미아는 한일 협정이지만 체결된 과정이 미국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체결됐다. 한미일 문제가 얽혀있다. 복합적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시청자에게 솔직하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보도했다”고 대답했다.

이소영 위원은 TV조선이 외교부에 크로스체크 및 반론보도를 했는지 물었다. 이소영 위원은 “TV조선은 강경화 장관 개인이 아닌 외교부 수장으로서 일본 외교부 수장에게 문자 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 TV조선은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크로스체크 했나”라고 물었고, 김동욱 에디터는 “그 부분은 우리 불찰이다”고 해명했다.

▲ 사진= 지난 8월23일 방영된 TV조선 ‘뉴스9’ “[단독] 강경화, 일 고노 외상에 ‘미안하다’ 문자”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 사진= 지난 8월23일 방영된 TV조선 ‘뉴스9’ “[단독] 강경화, 일 고노 외상에 ‘미안하다’ 문자” 리포트 보도화면 갈무리

심의위원 2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 이소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3인(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정부·여당 추천 김재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문제없음을 주장한 전광삼 상임위원은 “TV조선이 쓸 기사는 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상임위원은 “고노 외상의 행동은 유감이다. 이 기사를 두고 강경화 장관이 많이 난감했을 것 같다. 외교적으로 의례하는 이야기를 일본 기자들에게 의미 부여해서 말을 만드는 고노 외상의 행태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반면 이소영 위원은 고노 외상의 꾀임에 말려든 TV조선 기자에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저는 오히려 이거에 말려든 기자에게 화가 난다. 이런 식으로 맥락 없이 기사를 쓰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굴욕적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기자가 이걸 쓰면서 몰랐겠나”라고 지적한 뒤 “외교부 공식 라인에 크로스체크를 통한 반론 보도를 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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