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기자단과 검찰의 결탁·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편에 논란이 일었다. 대검찰청이 방송 직후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는 지적과 함께 즉각 반박했고, 검찰 출입 기자들 중심으로 PD수첩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검찰·언론 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시청자 평가가 PD수첩 게시판을 채우는 등 방송을 둘러싼 여러 반응이 나온다.

4일 대검찰청은 전날 PD수첩 보도를 “검찰 및 출입기자단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보도”라고 규정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PD수첩 보도에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전날 오후 방송에서 한 언론사 기자와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한 부장이 기자에게 피의 사실을 흘려주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대검은 “동의 받지 않은 출처 불명 녹취를 발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편집해 방송하면서 당사자에게 어떠한 확인 요청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 기자들도 여러 비판을 쏟았다. 임찬종 SBS 기자는 방송 직후 자기 페이스북에 “방송을 본 사람 중 대검찰청 대변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대검찰청 대변인’이라고 소개된 그 사람은 대검찰청 대변인이 아니”라며 ‘인터뷰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PD수첩은 검찰에 △출입 기자단 선발과 기자 징계 문제 △검사와 티타임을 통한 취재 협조를 기자단으로 한정한 이유 △티타임을 통해 피의 내용이 공표되고 있다는 지적 등을 질의했고, 방송을 보면 ‘대검찰청 대변인’이라는 자막으로 “대검찰청 입장은 다른 부처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목소리 주인공은 ‘대검찰청 대변인’이 아니라 ‘대검찰청 대변인실 직원’이었다. PD수첩 진행자 한학수 PD는 4일 페이스북에 “방송에서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자막이 나간 부분은 ‘대검찰청 대변인실 직원’이 맞기에 정정한다”고 썼다. 

지난 6월, 서울남부지검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MBC PD가 차장검사에게 질문하자 기자들이 불편해 했고, MBC 기자가 MBC PD 질의로 엄중 경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두고도 ‘비판 과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남부지검을 포함해 ‘동서남북 지검’은 통상 사건팀(경찰팀) 기자들이 맡고 있는데 PD수첩이 경찰 기자들을 ‘검찰 기자단’으로 분류해 핀트가 어긋난 비판이었다는 것이다. 임찬종 기자는 “검찰기자단 문제를 보여주겠다면서 사실은 시경(경찰)기자단에서 있었던 일을 끄집어냈다”며 “총체적으로 뒤틀린 엉터리 보도였다. 기본적 사실 관계는 확인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 출입 기자단과 검찰의 결탁·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편에 큰 파장이 일었다. 사진=MBC PD수첩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출입 기자단과 검찰의 결탁·유착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 편에 큰 파장이 일었다. 사진=MBC PD수첩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4일 통화에서 “경찰도 출입하고 검찰도 출입하는, 검찰 출입 기자로 봐야 한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을 출입하지 않으면 검찰 기자로 분류하지 않는 것 같은데 경찰 기자가 왜 MBC PD의 검찰 출입과 질문에 신경쓰고 항의하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을 전속으로 출입하는 기자들의 이상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와 국민들 판단에 비춰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방송에 등장하는 익명의 기자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한동훈 부장 등 검찰 취재원과의 통화 내용을 상대방 동의 없이 PD수첩에 제공했다면 취재 윤리 위반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을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방송에서 검사가 기자에게 말하는 정보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사실 의문이나 그것과 무관하게 취재원 동의 없이 통화음성을 제작진에 제공했다면 기자 자격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익명 인터뷰이들에 대해 “(대검찰청은) 진위 확인도 곤란한 음성 변조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추측성 보도를 했다고 하는데 이는 인터뷰에 응해준 현직 검사와 기자 등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MBC 기자들도 이번 방송에 노심초사할 정도로 ‘검찰 기자단’ 편은 시청자와 기자 사회 주목도가 높았던 방송이다. 기자단이 자체 투표를 통해 매체의 기자단 가입을 결정하는 등 방송으로 장벽 높은 출입처 제도를 재조명했다는 의미가 컸지만 검사와 기자와의 유착 관계만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례 등이 검증된 것인지 취재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뒤따른다. 

박건식 MBC 부장은 “‘검찰 기자단’으로 좁혀 보도한 건 그곳이 카르텔이 가장 센 출입처이기 때문”이라며 “언론이 ‘언론 자유’를 외치면서 한 쪽에선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다른 기자 출입을 배제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 권리를 누가 부여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부장은 “각사의 검찰 기자단이 회비를 낸다고 하지만 사무실 임대료나 주차장 제공에 대한 대가 등을 제대로 지불하고 있느냐. 국유재산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검찰과 출입처 문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PD수첩을 공격하는 것이 기자단 임무인 것처럼 태도를 보이는 건 부적절하다. 출입처 유착이라는 화두를 되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앞서 언급한 검찰 출입 기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하는 PD수첩과 매일 출입처 소식을 전해야 하는 데일리 언론은 그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흔히들 검찰 보도를 비판하면서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 치부하는데, 검찰은 절차에 따라 증거와 증언을 확보하는 국가기관이다. 민사소송의 원·피고와 같을 수 없다. 박근혜·최순실 수사 때 검찰(또는 특검) 수사 보도에 환호하던 이들이 정권이 바뀌고 현 정권에 검찰 칼을 겨누자 취재 관행을 문제 삼는 건 아닌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찬종 기자도 “검찰에 불리한 기사를 쓰지 않으려는 기자도 있을 것이고, 인간적 관계 이용해 기사를 축소해달라고 부탁하는 검사들도 있을 것이다. 검찰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일이지만 부적절한 사례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을 담당하는 기자들 대다수가 구조적 이해관계 때문에 검사 비리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 2012년 벤츠 검사 사건, 2016년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을 최초 보도한 곳은 신문·방송사 법조팀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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