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문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인권선언문이 무색할 만큼 인간 존엄성과 권리가 짓밝히고 있다.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끌려간 여성도 있고,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부족을 집단 학살한 적도 있고, 선진국에서도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국가에 방해된다고 인터넷을 검열하고 차단하면서 개인 SNS를 실시간 감시한다. 

이런 현상에 언제까지 분노만 할 것인가. 저자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과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다. 

▲ 침묵하는 않는 사람들 / 매슈 대니얼스 지음·최이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펴냄
▲ 침묵하는 않는 사람들 / 매슈 대니얼스 지음·최이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펴냄

2007년 12월 케냐 부정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점차 인종 간 폭력과 유혈사태로 번졌다. 선거 이후 케냐에선 1200명 이상이 죽고 50만명이 피난민이 됐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기술 전문 사회사업가로 활동하던 줄리아나 로티치와 동료들은 ‘이 폭력을 어떻게 막을까?’ 고민하던 중 ‘우샤히디’라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우샤히디는 스와힐리어로 ‘증언’ 또는 ‘목격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무상으로 이용 가능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케냐의 인터랙티브 지도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는데 이 지도는 언론의 보도와 공식자료는 물론,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한 정보로 구성돼 케냐 전역에서 벌어지는 폭력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 했다. 우샤히디의 기본 개념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플리커, 문자 메시지 등 각종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한 지도에 통합해 크라우드 매핑으로 현장을 실시간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케냐 국민을 포함해 케냐 국민들을 돕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디서든지 협력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우샤히디 홈페이지 (https://www.ushahidi.com/)
▲ 우샤히디 홈페이지 (https://www.ushahidi.com/)

이 우샤히디는 그 동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역할도 했다.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 지역을 모두 취재하기 어려웠던 시민 기자들은 우샤히디를 협력 도구로 활용했고 일반인들은 직접 목격하고 겪은 일들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렸다. 현재 우샤히디는 부패 사례 보도, 환경오염, 부정선거 등과 관련된 지도 제작 때 이용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알 샤리프씨는 차도 있고 자기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국제운전면허증도 있었지만 운전할 수 없었다. 알 샤리프씨는 큰 결심을 했는데 운전대 앞에 앉아 영상을 찍고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알 샤리프를 체포해 감옥에 가뒀다. 정부는 그녀를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했다.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정권에 저항한 알 샤리프의 용기있는 행동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권리와 운전권 투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방됐지만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샤리프의 영상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당하는 인권 침해를 알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운전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펼쳤다.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여성 운전 허용 조치를 환영하며 마날 알샤리프(Manal Alsharif)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여성 운전 허용 조치를 환영하며 마날 알샤리프(Manal Alsharif)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세계인권선언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사람과 실시간 소통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노트북만 있으면 SNS로 자신의 불합리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부당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며 이런 아이디어가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감추지 말자. 이를 드러내는 순간 세상이 바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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