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유력 언론사의 시니어급 기자들이 기업 임원급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이직행에 기자들은 ‘기자’라는 업무 자체에 불안감이 늘어 진로가 불확실한 상황은 인정했지만 많은 경우 이직이 ‘경언 유착’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김수혜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차장은 쿠팡 홍보총괄 전무로 선임됐다. 김수혜 차장은 1997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시절 여성 최초 시경캡을 맡았고 도쿄 특파원을 거쳤다. 

호경업 조선일보 AD영업1팀장은 LG화학 상무로 자리를 이동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만 3일 현재, 아직 LG화학 측에서 정식 인사는 나지 않았다. 김태근 조선일보 금융팀장도 한 기업의 임원급으로 이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기업은 아직 인사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뿐 아니다. 박태희 중앙일보 산업2부 차장도 지난 11월 ‘배달의민족’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로 이동했다. 김준현 중앙일보 디지털실장도 12월부터 한샘의 기업문화실 실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유력 일간지에서 기업의 홍보팀으로 옮기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홍보팀 측에서는 유력 일간지 ‘기자 모시기’에 집중하고 기자들은 이런 모습에 씁쓸해하는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한 홍보팀 관계자는 “기자 출신을 선호한다. 기자들과 이미 네트워크가 있고, 기사를 보면 어떤 흐름으로 기사가 작성됐는지 빨리 파악해 홍보팀은 기자 인력이나 기자들과 관계가 좋은 인력을 원한다”며 “한 예로 기업에 부정적 기사가 났을 경우 기자 출신들은 해당 언론사 기자나 타사 기자의 전화번호를 쉽게 구하지만 언론에 몸담지 않았던 홍보직원은 경력이 많지 않으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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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편성채널 소속 A기자는 “소위 ‘언론 관리’라고 불리는 기업의 홍보 업무 때문에 언론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과 중견급 언론인들의 진로 걱정이 결합된 현상 같다”며 “이전엔 논설위원 등 언론사 간부 되는 게 ‘영광’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A기자는 “언론인이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개인 자유이니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경언 유착’의 고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이 언론의 속성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을 배치하는 이유 자체가 ‘언론 방어’와 광고 문제같이 민감한 사안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종합편성채널의 B기자는 “이직이 늘어나는 건, ‘기자’ 직업 자체가 갖는 불안함이 커진다는 방증”이라며 “‘기레기’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직업적 자부심마저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B기자도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의 임원으로 전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자들이 청와대 등 정치계로 갈 때에도 후배들은 좋지 않게 본다. 그간 우리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오던 곳으로 가는 모양새가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소속 C기자는 “기자직군에서 기업으로 이직한다면 아무래도 기자 시절 형성한 네트워크(network)를 이용해 홍보 일하는 것 같다”며 “기자 특성상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정치계나 재계로 많이 이직하는데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결국 저러려고 기자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유력 언론사에서 열심히 했던 선배가 기업 임원으로 가면 후배로 남은 기자가 제대로 기사를 쓸까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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