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사는 화자(인터뷰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또 하나의 기사다.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것도 질문을 만드는 것도 기자와 편집자의 몫이다. 다양한 질의응답 중 주요한 내용을 추리거나 제목을 선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터뷰 기사를 볼 때마다 나는 종종 ‘내가 같은 사람을 인터뷰했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 생각하곤 한다. 같은 인터뷰이라도 질문에 따라 나올 답은 매우 다를 것이기에 이런 생각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곤 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와 서울경제는 자유한국당 영입 인사 1호로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인터뷰했다. 공교롭게 하루 간격으로 실린 2개의 기사를 보면서 ‘나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두산중공업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신문은 이 책임을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려왔다. 대외적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민간기업 운영 책임은 1차로 경영진에게 있다. 회사 운영을 책임졌던 부사장으로서 소회나 정책 변화에 따른 두산중공업 내부 상황 등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했다.

▲ 지난 10월31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 지난 10월31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안타깝게도 기사를 읽자 이런 희망은 산산이 깨졌다. 두 신문 모두 세부적인 이야기는 없고, ‘기-승-전-탈원전 반대’라는 기존 논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제목에서부터 탈원전 정책 뒤에 무언가 숨겨진 배후조종 세력이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계속 풍겼다. ‘충격 증언’, ‘文 정권의 탈원전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탈원전 시나리오는 공식 라인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같은 중간제목과 함께 본문에는 ‘유체이탈 화법’ 같은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인터뷰 어디에도 그래서 비공식 라인이 어디인지 언급은 없었다. 

[ 관련기사 : 조선일보) 최보식이 만난 사람-“탈원전 뒤로 직원 사표를 매일 다섯명꼴로 받았다… 내가 罪人 같았다” / 서울경제) 청론직설-“탈원전 정책이 운명처럼 나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 ]

영국 무어사이드 핵발전소 수주와 관련해서는 ‘수주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조환익 한전 사장이 청와대에 찍혔다’라며 영국 핵발전소 수주 실패는 ‘22조원짜리 기회’를 잃어버린 ‘국익을 저버린 사건’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영국 정부가 제시했던 수익보장방식이 사업자에게 불리했고, 결국 이 사업을 추진하던 회사를 도시바가 청산해버린 사건은 언급도 없었다. 당시 한전은 도시바가 갖고 있던 지분을 매입하려고 했으나, 결국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포기했다. 이런 설명 없이 인터뷰이 발언만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의도된 메시지 전달이거나 무지일 수밖에 없다. 

가장 관심이 갔던 두산중공업 부실에는 뚜렷한 설명도 해명도 없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5년간 두산중공업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1조750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난 5년간 74.8%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4% 하락한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락이다. 이런 상황인데 출범 2년 남짓 된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 묻는 게 적절한지 질문도 해명도 없다. 미국 민간연구소인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두산중공업이 발전시장의 방향을 오판했다며, 부정적발 감사(Forensic Audit)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핵발전과 화석연료 기술에 주력해온 기업의 위축과 동북아 다른 경쟁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의 전략적 오판이 유발한 재무적 위험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이와 비슷한 사례로 GE의 사례도 보고서로 지적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존 기술에만 집중한 나머지 경쟁력을 잃고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국내 언론에도 단신 형태로 보도됐지만, 이런 비판에 전 두산중공업 경영진의 입장은 두 언론 모두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경제는 “탈원전 정책이 운명처럼 나를 정치판으로 불러냈다”며 출마 선언문 같은 인터뷰 기사를 출마 예상지역 소개와 함께 충실히 다루고 있을 뿐이다. 

▲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두산중공업에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그것이 탈원전 정책 탓인지, 전세계적인 에너지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 탓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세계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급변한다는 사실이다. 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기업이든 국가든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누군가의 ‘탓’으로 문제를 돌릴 것이 아니라면,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과 해설기사가 쏟아져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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