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에 매각을 추진 중인 유료방송사업자 CJ헬로에서 협찬PD가 지난 2일 뇌출혈로 숨졌다. 같은 파트에서 일하던 기자도 한달여 전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다. 노동조합은 이를 CJ헬로의 매각을 앞둔 실적 압박으로 인한 산업재해로 보고 사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CJ헬로노동조합에 따르면 CJ헬로 미디어본부 소속 경북사업파트(영남방송)에서 협찬PD로 일하던 박아무개씨(47)가 이날 저녁 6시께 경북 안동 회사 주차장에서 쓰러졌다. 박씨는 퇴근 중이었으며, 곧바로 동료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에 이송되려던 차에 숨졌다.

CJ헬로노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매출파트로 옮겨졌다. 그는 본래 보도제작국에서 제작PD로 일했다. 박씨는 발령 후 가족과 주변 동료에게 “눈치가 보인다, 힘들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노조는 사측이 발령 뒤 박씨에게 직무교육이나 연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는 7년여 전 무연고지인 안동에 발령 받았고, 여러 차례 승진이 누락됐다고 한다.

CJ헬로에선 불과 한달 전에도 노동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쓰러졌다. CJ헬로노조에 따르면 CJ헬로 영남방송 취재기자 홍아무개씨(54)가 지난 10월 28일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이다. 노조는 홍씨도 본래 경남 마산에서 일하다 무연고지에 원치 않는 발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진=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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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한달여 만에 두 조합원이 같은 업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CJ헬로가 2015년부터 통신사 매각을 시도해오면서 장기 경영전략이나 투자 없이 가입자와 매출 확대에 골몰해 노동자들에게 압박을 가해왔다는 것이다. 신지은 CJ헬로노조 위원장은 “실적 압박이 올들어 유난히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경북뿐 아니라 미디어본부 전반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CJ헬로는 LGU+와 기업결합을 추진해 지난달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인허가만 앞두고 있다. CJ헬로 미디어본부는 케이블 지역채널 운영을 맡는 본부로, 전국에 강원‧부경‧경북‧경인‧충남‧호남 등 6개 사업파트를 두고 있다. CJ헬로를 비롯한 케이블업체들은 권역별로 지역채널을 보유해 지역 뉴스와 정보 등 지역 공공성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한다.

노조는 △경북미디어국의 근무환경 조사와 원인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직무교육 없이 실적부서 발령한 사례 조사와 적절한 직무교육 실시 △CJ헬로 대표이사 등 경영진 사과와 유족 지원 △경북파트 노동자 심리치료를 요구했다.

CJ헬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고인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근무환경을 개선할 사항을 회사 차원에서 살펴보겠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수합병과 인과관계가 없으며, 입원 중인 직원과 연관성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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