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 백아무개 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스모킹건으로 지목된다. 사인 규명은 물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관련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풀어줄 핵심 단서로 추정되면서다. 이를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은 날을 거듭하며 깊어지고 있다.

아래는 4일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다룬 1면 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수사관 사망' 청와대·검찰 혼전"
국민일보 "울산청 총경 “성실히 재수사”… 그 후 수사팀 교체"
동아일보 "與 “檢 특별감찰해야” 野 “친문농단 몸통은 靑”"
서울신문 "경찰, 檢에 간 특감반원 휴대전화 압수수색 역신청한다"
세계일보 "靑, 검찰은 피의사실 공개 금지 명심하라"
중앙일보 "황운하 부하 ‘김기현 고발인’과 535번 통화했다"
한겨레 "“검찰 바뀐 게 없다, 신뢰 임계점” 들끓는 당·청"
한국일보 "숨진 특감반원 휴대폰 분석 놓고 검-경 또 신경전“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
▲서울신문 6면
▲서울신문 6면

검경은 백 수사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도 다시 크게 부딪혔다. 검경은 지난 2일 검찰이 휴대전화를 확보하려 서초경찰서를 수색하자 압수수색 성격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경찰은 “변사사건 유류품 압수물을 검찰이 다시 압수수색해 가져가는 경우는 처음봤다”며 검찰을 비판했고 검찰은 이에 백 수사관이 관련된 사안이 이례적이기에 신속히 압수수색을 했을 뿐이라 밝혔다.

지난 3일엔 검찰이 경찰의 포렌식 증거 분석 참여 요청도 제한해 논란이다. 검찰은 휴대전화의 저장 내용을 옮기는 이미징 작업엔 경찰 관계자 2명 참관을 허용했지만 이후 압수물 구체적인 내용 공유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3일 “경찰은 법원 영장이 없이는 아무리 필요해도 내용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경찰은 검찰이 휴대전화 압수물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사망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없고 수사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유류물 포렌식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한 형사전문 변호사 지적을 전했다.

▲서울신문 1면
▲서울신문 1면
▲한겨레 1면
▲한겨레 1면

경찰은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검찰에 다시 압수수색을 역신청하기로 했다. 서울신문은 “(경찰이) ‘증거 절도’, ‘증거물 탈취 사건’이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경찰이 검찰의 호주머니를 뒤지겠다며 ‘역영장’을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라 평했다. 이 경우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는데, 검찰이 신청을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백 수사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둘러싸고 언론은 진실의 명운이 갈린다고 평했다. 한겨레는 휴대전화가 “현재 청와대는 ‘하명 수사는 없었다’고 부인하며 검찰이 별건 수사를 통해 그를 압박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반대로 하명 수사 등 청와대에서의 부적절한 활동이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휴대전화가 의문점을 풀어 줄 핵심 단서라 분석했다. 백 수사관이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을 받았는지 여부도 관심이 모인다.

▲동아 5면
▲동아 5면
▲조선 4면
▲조선 4면
▲중앙 3면
▲중앙 3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다룬 4일 보도는 매체 별로 뚜렷한 방향성을 보였다. 경향은 청와대·검찰·경찰 간 깊어지는 갈등을 조명했다. 조선·중앙일보는 청와대 해명의 의문점과 김 전 울산시장 사안을 포함해 ‘우리들병원 대출특혜 수사 무마 의혹’ 등을 짚는 등 청와대 민정수석실 수사 개입 의혹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바뀐 게 없다”며 검찰 특별감찰까지 촉구하는 청와대·여권의 들끓는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와 검찰 어느 한 쪽은 무리수”를 둔다고 분석했다. 김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쟁점은 이 수사가 청와대 첩보로 시작됐는지 여부다. 청와대는 관련 첩보가 접수돼 절차에 따라 경찰청에 이관했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2명이 수사 당시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을 찾았고 청와대가 9차례 걸쳐 수사상황을 보고한게 이례적이라며 김 전 시장 낙마를 겨냥한 하명수사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와 관련 경찰의 보고 시점 관련해 검찰은 지방선거 이전에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는 반면 청와대는 대부분 보고는 선거 이후 이뤄졌다 반박했다. 이밖에 청와대·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유 전 부시장이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관계자와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한 의혹, 백 비서관 유서 내용 등에서도 상반된 입장이다.

▲한겨레 2면
▲한겨레 2면

한편 한겨레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필요성을 촉발했던 2016년 ‘울산 고래고기 사건’을 재조명했다. 울산 중부경찰서가 2016년 4월 밍크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고래고기 27t을 압수했는데 울산지검이 이 중 21t을 일방적으로 한 달 만에 피의자들에게 되돌려줬다. 울산지검에서 해양·환경 분야를 담당한 검사 출신 변호사가 피의자 측 변호를 맡아 전관예우 의혹도 거세게 제기됐다.

이에 해양환경단체가 2017년 9월 ‘검찰의 봐주기 기소’라며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했으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이 검사는 2017년 12월 국외연수로 캐나다로 떠나며 서면조사도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변호사 사무실·통신·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통신·계좌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변호사가 피의자들로 하여금 거짓진술 및 거짓 증거를 검찰에 제출케 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한국 3면
▲한국 3면

한국일보는 묵묵부답하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책임을 거론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중단’ 및 ‘김기현 사건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두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거운 침묵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주요 정치 현안이나 자신을 향한 공세에 적극 대응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태도”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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