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야, 뚝딱이 선배가 직장 내 괴롭힘하면 연락해! 최저임금은 받으며 연습생 생활하고 있는 거지? 고용노동부는 언제나 니 편이야.”

고용노동부가 교육방송(EBS) 연습생 펭수의 노동조건을 염려한 댓글이 화제다. 노동부 유튜브 계정이 최근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 편에 이같은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이 여기에 “근로계약서는 쓰고 일하는지, 펭수가 걱정 된다”고 대댓글을 써 추천도 받았다. 

노동부 걱정처럼 연습생은 최저임금이라도 받을까? 답은 ‘아니오’다. 아이돌 연습생은 최저임금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이들은 노동법 상 노동자가 아니라, 각종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아이돌과 연습생은 연예기획사와 전속 계약이나 이른바 ‘연습생 계약’ 등 개별 계약을 맺는다. 연습생 계약은 대개 △기획사는 보컬·안무 등 트레이닝과 연습실을 제공하고 △연습생은 기획사 지시를 따르고 데뷔 후 ‘투자비’를 변제하며 △이후 소득은 기획사와 나누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BS ‘자이언트펭TV’ 유튜브 채널에 고용노동부가 단 댓글. 사진=유튜브 갈무리
▲EBS ‘자이언트펭TV’ 유튜브 채널에 고용노동부가 단 댓글. 사진=유튜브 갈무리

노동부가 남긴 댓글에 한 누리꾼은 “연예인 연습생이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긴 어렵고 따라서 근로계약이 아니라 연습생/아티스트 전속 표준계약서대로 진행되는지 공정거래위원회가 봐줘야 될 것”이라고 대댓글로 지적했다.

아이돌과 연습생 권리를 보호하는 규율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대중문화산업법)과 표준계약서가 있다. 대중문화산업법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신체·정신건강,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휴식권, 자유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15세 미만은 주 최대 35시간, 15세 이상은 40시간(6시간 추가 가능) 노동을 원칙으로 한다. 근로계약 대신 적용 받는 표준계약서와 ‘청소년 연예인과 연습생을 위한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도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고에 불과해 실제 적용까진 무리다. 기획사가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하거나 ‘협조’하도록 하는 선언에 그친다. ‘용역시간 제한’은 벌칙이나 과태료, 양벌규정을 두지 않아 어겨도 제재도 못한다. 표준계약서도 권고 가이드라인이긴 마찬가지다.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연습생 권리를 어떻게 지킬지 명시하지 않았고, 벌칙조항도 마땅치 않아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강사·문화연대 집행위원은 “10대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인권침해가 일상”이라며 “수면·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건 물론, SNS를 금지하거나 톡방 대화를 확인하고, 몸무게를 규율하거나 CCTV로 감시하는 등 부당한 지휘·명령과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데뷔 뒤 이른바 ‘정산’도 문제다. 연습생이 연예계에 데뷔하고도 트레이닝과 연습비, 마케팅비 등을 합친 ‘투자비’를 갚기 전까진 모든 수입이 사측에 돌아가는 구조다. 러블리즈는 데뷔 4년째인 2017년 방송에서 정산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워너원은 지난해 “우리는 왜 정산을 받지 못하는가” “왜 잠을 자지 못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종임 집행위원은 “거의 모든 기획사가 이런 계약방식을 따라, 아이돌이 행사를 많이 다니는 이유도 소위 기획사에 진 빚을 청산하기 위함이 크다”고 했다.

아이돌과 연습생 노동권을 보호하려면 현행 대중문화산업법이 실효성을 지니도록 의무화하고, 내용도 구체화해야 한다. 해외에선 특히 청소년 문화예술인들의 학습·노동권 등 권리를 체계적으로 마련해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연령별 촬영시간을 촘촘히 정하고 현장에 아동 1명당 교사를 둬 노동·학습권을 보장한다. 영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아동이 하루 4시간 이상 노동할 수 없도록 한다.

아이돌과 연습생을 노동자로 보고 법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두나 변호사는 “연습생은 어렸을 때부터 회사의 기획과 훈련을 받고, 모든 활동이 사측 지시와 명령에 따라 이뤄진다. 업무상 성격이 노동자로 인정할 만해 근로자성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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