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이름부터 프레임”…기울어진 언론보도
“‘데이터 3법’ 이름부터 프레임”…기울어진 언론보도
정부·여당·업계 대변이 절대다수…법안 관련 비판·우려 보기 힘들어

가명(假名)처리한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빅데이터 3법’으로 불리며 연일 시급한 과제로 보도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자원으로써 사용하겠다는 법안인데, 정작 그 정보의 주체인 국민 10명 중 8명은 법안 내용을 잘 모를 뿐 아니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정부·여당·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가 쏟아지는 동안 정치권과 언론 모두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3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난해 11월15일부터 올해 12월1일까지 종합일간지·경제지·지역일간지·방송사 54개 매체의 ‘데이터 3법’ 관련 기사는 총 1308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른 매체별 보도량은 머니투데이 114건, 전자신문 103건, 서울경제 98건, 매일경제 93건, 한국경제 83건 등 경제지가 압도적이다. 종합일간지 중에선 조선일보가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계일보(49건), 중앙일보(46건), 동아일보(35건), 국민일보(34건) 등이 상위 5곳으로 나타났다. 소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22건)과 한겨레(21건) 보도량은 신문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방송사 중에선 24시간 뉴스채널인 YTN(65건)이 가장 많았다.

관련 보도들은 대부분 정부·여당·업계가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관련 기사 100건을 대상으로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미래 산업’,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원유 채굴’, ‘자동 폐기’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미래 산업의 원유 채굴을 막아놓은 꼴”이라고 발언한 것과 연관된 키워드들이다. 분석 대상 기사를 1000건으로 설정한 결과로는, 최근 국회 본회의 안건에 관련 법안들과 함께 오를 예정이었던 ‘민식이법’과 더불어 ‘국회법(개정안)’, ‘민생법안’, ‘미래산업’, ‘근로기준법’ 등이 연관 키워드에 올랐다.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김병욱 의원의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개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해 왔다. ⓒ연합뉴스
▲11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지상욱 의원은 김병욱 의원의 데이터 3법 중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개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해 왔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가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을 강조할 때마다 ‘데이터 3법’을 함께 언급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인 만큼 정치적 이슈로 다룬 보도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관련 보도들을 분야별로 나누면 정치 737건, IT·과학 441건, 경제 323건 순이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청와대·정부’ 중 1개 이상이 포함된 기사는 802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홍영표, 이인영’과 같이 여당 관련 정보가 함께 언급된 기사는 568건이다. “文대통령 국무회의서 열변 토한 ‘국회 낮잠’ 법안들”(머니투데이, 5월14일), “청와대 ‘SW·ICT산업 신시장 창출 등 지원하겠다”(전자신문, 5월19일), “새 금융위원장 최우선 과제는 ‘데이터 3법’ 통과 85%”(매일경제, 8월13일) 같은 식이다. 이 법안들은 꼭 필요하며 통과시켜야 한다는 당위적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을 반대한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걸림돌’ 취급을 받으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29일 각각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자 한국경제는 이를 ‘상원갑질’이라 표현하며 비난(“또 채이배”…데이터 3법 가로막은 법사위 ‘상원 갑질’)했다. 머니투데이의 경우 “법사위가 아니라 ‘채이배 위원회’ 발묶인 ‘데이터 3법’ 처리”라는 제목을 썼다. 앞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반대했을 때도 “지상욱 벽에 ‘데이터 3법’ 좌초 위기…만장일치 관례 깰까”(파이낸셜뉴스, 11월27일), “‘데이터 3법’ 지상욱 복병 만났다…地 ‘실명 정보 제공하는 신용정보법 개정 반대’”(조선일보, 11월27일) 등 기사들이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시민단체,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정보인권단체’ 등 법안을 반대하는 주체가 함께 언급된 기사는 84건에 그쳤다. 법안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경향은 종합일간지 보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1개 일간지 기사 348건 가운데 개인정보 주권 침해 우려나 법안의 미비점을 지적한 기사는 한겨레 5건, 경향신문 1건, 세계일보 1건, 한국일보 1건 등 8건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은 “‘AI 국가 실현에 필수’ vs ‘개인정보 침해 우려’”(11월13일)와 같이 양측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으로 다뤘다.

개인정보 규제 완화가 골자인 법안들을 ‘데이터 3법’으로 칭하는 것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개(인정보보호법)망(정보통신망법)신(신용정보법)법’으로도 불렸던 이 법안들의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데이터 경제 3법’이라는 이름으로 여당 의원들에 의해 대표발의됐다. 이후 ‘빅데이터 3법’ 등으로도 불리다 최근에는 ‘데이터 3법’이라는 명칭이 통용되고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데이터’는 개인정보가 아닌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개인정보와 개인정보가 아닌 데이터는 운영원리 자체가 다르다. 개인정보가 아닌 데이터들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공유돼야 하지만 개인정보는 원칙에 맞게 수집돼야 하는데, ‘데이터 3법’이라고 부르면 뭉뚱그려 활용해야 하는 데이터처럼 비춰지는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개인정보 3법’이라 칭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명칭 문제를 넘어 개인정보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다른 기업 고객정보와 결합하고, 이걸 공유하는 것들에 대해 동의를 하느냐고 설문조사를 했을 때 80% 정도의 응답자가 반대했다”며 “이런 법안의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지 의문”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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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03 20:47:31
개인적으로 규제가 답은 아니라고 본다. 지상파를 보라. 물론, 규제해제도 답은 아니다. 우리는 법의 흐름을 보고 적당한 타협과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걸 하기 전에, 가정상황을 예시로 들어 공포를 유발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나는 매번 말했다. 오늘날 과학에 진리라는 것도 대부분 수정된 이론+확률로 존재한다. 누구도 진리나 정답을 쉽게 말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다. 단지 끊임없는 토론과 타협 그리고 양보로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다. 과거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해 아예 대화를 거부해서 어떤 사태가 발생했는가.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 한마디만 했을 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