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해선 고품질 뉴스가 있어야 한다. 고품질 뉴스는 공공재다.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미디어경제학자 줄리아 카제는 독창적 탐사보도가 가능한 비영리 언론기관의 활성화가 전 세계 저널리즘을 견인할 해법이라 주장했다. 비영리 저널리즘은 어디까지 왔을까. 3일 ‘탐사보도와 비영리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린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국내외 비영리 저널리즘의 현실과 전망을 논의했다.

이날 청중들은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대표 수 크로스(Sue CROSS)에 주목했다. INN은 240개 이상 미국 비영리 미디어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네트워크로, 일종의 비영리 언론협회다. 현재 2200여 명 기자와의 협업으로 신뢰도 높은 뉴스 생산에 집중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2009년 27개 탐사보도 전문미디어가 연합해 탐사보도와 공공성을 지향하며 시작됐으며, 매년 9만5000여 건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수 크로스는 미국 AP통신 수석 부사장 출신이다. 

수 크로스는 이날 “INN의 목표는 비영리 미디어 뉴스룸의 규모를 확보하고 상업·주류·기성 언론이 놓치고 있는 정보를 시민들이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과거 탐사보도 기자들은 경쟁상대였다. 협력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2009년 이래로 기성 언론의 몰락 속에 뉴스협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많은 기자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탐사보도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뜻을 모았고, 그 결과 기성 언론의 몰락 속에도 비영리 언론은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대표 수 크로스.
▲INN(Institute for Nonprofit News) 대표 수 크로스. ⓒ시사IN

그는 “기존 뉴스 미디어는 경제적인 도전, 정치적인 공격, 탈진실 시대의 혼란을 맞이했다. 2004년 이후 (미국에서) 1800여 곳의 언론사가 문을 닫았고, 지난 10년간 2만8000여 명의 언론사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점점 실업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으며 “트럼프가 비판언론을 가짜뉴스라고 지목하며 뉴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SNS플랫폼은 정보의 불확실성을 낳았다. 많은 이들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탐사보도 중심의 비영리 언론이 대안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 크로스는 “비영리 언론의 규모와 뉴스의 질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 뉴스워치’란 이름의 비영리 언론에선 지역 소년원에서의 집단폭력실태를 탐사 보도해 도지사의 변화를 끌어냈다. 또 다른 비영리 언론은 시카고 주 남부에 흑인 카우보이가 많다는 보도를 통해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며 소개한 뒤 “비영리 언론은 주류언론보다 다양한 스토리를 보도하고 있다. 비영리 언론에서 내보낸 보도의 42%가 탐사기사, 분석·해설기사가 39%였다”고 설명했다. 

수 크로스와 함께 연사로 나선 지역독립 미디어와 비영리 뉴스 연합체 ‘샌프란시스코 퍼블릭프레스’ 마이클 스톨 대표는 “샌프란시스코 외부에 있는 미디어기업이 많은 지역 언론을 흡수하고 지역 기자들을 해고했다. 22곳의 지역 언론사가 1곳으로 통폐합되기도 했다”고 전한 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재단 등 20여 곳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 몇 달리 걸리더라도 발굴 기사에 주목했다. 특히 집값 문제·홈리스 문제에 주목했고 노숙자를 위한 주거공약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샌프란시스코 연안 지역 위험지도를 시각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는 “우리의 활동이 주류언론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3일 ‘탐사보도와 비영리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린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수 크로스가 발언하는 모습.
▲3일 ‘탐사보도와 비영리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린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수 크로스가 발언하는 모습.

수 크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비영리 언론에 약 4억5천만 달러(약 5339억 2500만원)의 후원이 있었다. 개인 기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비영리 언론에게 수익원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월 25달러의 구독료를 받는 곳도 있고, 행사를 주최해 매출을 내는 곳도 있다. 재단의 기부금도 받는다. 수익원은 다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비영리 언론 기자 2만 명 시대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사례도 등장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우리는 작은 언론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주목하지 않고 있다. 작은 언론은 노브라 기사를 쓰거나 회장님 기사를 쓰거나 조국 기사를 쓰면 돈을 벌 수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하지만 그걸 안 한다면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지, 실험적으로 뉴스톱을 하고 있다. 돈은 못 벌고 있다”며 뉴스톱과 같은 팩트체크 전문매체 등 비영리 언론에 대한 후원을 당부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현재 뉴스타파 후원회원은 3만1000명이다. 윤석열 보도로 3500명이 나갔지만 ‘검사와 죄수’ 보도 이후 1000여명이 늘었다. 다시 돌아온 후원회원도 있었다”며 “후원회원들과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수 크로스는 “보도가 마음에 안 들어 후원회원이 이탈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익원을 다양화하면 두려움 없이 보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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