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보수 유튜브 영상을 모니터링한 보고서가 나왔다. 종합편성채널 방송 모니터링 말고 보수 유튜브 영상을 전수조사한 건 처음이다. 5·18 기념재단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유튜브 5·18 가짜뉴스 모니터링’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5·18 기념재단은 “극우보수 인사와 단체 중심으로 5·18 민주화운동 폄훼발언과 가짜뉴스가 지속적 생산, 전파”된다며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져 모니터링 필요”에 따라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11월18일까지 45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200건의 왜곡 영상을 선별했다. 주요 유튜브 채널은 지만원TV, 조갑제TV, 뉴스타운TV, 신의한수, 지나TV,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TV우벤져스 등이다. 왜곡 영상 주요 키워드는 ‘북한군’, ‘유공자’, ‘폭동’, ‘간첩’ 등이다.

“5·18은 폭동이었다! 당시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증언”이란 제목으로 방송한 뉴스타운TV은 ‘증거 없이 주장’한 경우였다. 뉴스타운TV는 5·18 당시 전남도청 보건과에 근무한 31살 직원의 증언이라며 익명으로 “시민군들은 순전히 총알받이요. 소모품에 불과했다”고 방송했다.

또한 “처음 5·18 사태의 단초가 된 것은 대학생들의 데모였고 또 데모에 참가한 대학생들이였으나 지금까지 이 대학생들중에서 5·18 유공자가 된 대학생이 없는 것으로 봐서 대학생이 5·18 민주화운동을 주동한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은 모니터링 당시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지난 6월 “[특별대담]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에서 지휘했다’”는 제목으로 방송한 프리덤뉴스는 김대중 대통령 사자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된 탈북자 이주성씨 주장을 실었다. 이주성은 북한군 개입설을 최초 주장한 탈북자로, 김 전 대통령이 북한 특수군 파견을 요청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씨는 방송에서 2006년 5·18 당시 광주를 다녀온 북한군을 한국에서 만났다고 했다.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실에서 회의를 했다고도 했다. 해당 방송도 조회수 100만건 이상이었다.

투데이 TV강원은 ‘전라도 어르신’이라고 작명한 출연자에게 “5·18당시 폭동날 때 광주에 계셨잖아요. 그 때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5·18에 일어났던 폭동이 일어났던 간첩들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라고 묻고 “한마디로 거짓”이라는 답변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손상대TV는 5·18 민주유공자 “명단에는 여전히 이해 안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광주 5·18은 1980년에 발생한 사건인데, 82년생부터 90년대 이후 출생자도 유공자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5·18로 옥고를 치르면 이후라도 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았다.

SesameTube 참깨방송은 5·18 기념재단이 낸 책자에 나온 시민군 사진을 들어 “머리에선 화이버 하얀 찔레꽃이 꽂혀 있다. 그리고 찔레꽃을 감싼 하얀 띠는 5·18 진실을 당부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18 당시 광주에 내려온 북한군 특수군의 비표”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쳤다. 해당 방송은 5·18 때 서울역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전남도청 앞 화형식에서 불을 지핀 복면 쓴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면서 “당시 한국사회에서 빨간셔츠를 입고 다닌다는 건 평범한 시민들로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이었다”며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

조갑제TV는 “지금 90세가 된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넘겨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분위기에 합세한 언론사가 하나 있다. JTBC 손석희 앵커다.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5월21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헬기를 타고 광주에 가서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그 뒤 일제 사격이 있었으니까 전두환이가 사살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했다”고 했다.

조갑제TV는 전두환이 회고록에서 600명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저는 부정하는 입장이고, 어떤 정부기관도 이것을 인정하는 곳은 없다”면서도 “낭설이라도 본인이 그것을 믿고 싶어하는 그 정도를 표현하는 것, 이게 과연 책에서 출판하지 못할 정도의 내용이냐 저는 이런 결정문에 이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Korean History’라는 유튜브 채널은 5·18 당시 광주MBC 건물이 시민군으로부터 불탄 장면을 보여주면서 “광주사태 때 광주시민들에게는 방송국에 방화하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때 북한군 등 남파공작원들이 난동자들을 인솔하고 광주시내의 각 방송국에 방화한 이유는 북한방송을 차단하는 주파수를 해제해 광주에서 북한방송만 듣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MBC가 시민군을 폭도라고 보도해 이에 반발해 건물을 불태웠다는 내용은 없다.

▲ 유튜브 채널 지만원TV 방송 화면.
▲ 유튜브 채널 지만원TV 방송 화면.

지만원TV는 “광주 시내에서 천대받던 사람들이 5·18이 일어나니까, 폭동이 일어나니까, 제일 먼저 자기네들을 가장 괴롭혔던 파출소부터 부신거에요. 한풀이에요”라고 방송했다. 지만원TV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5·18 당시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다. 일명 ‘광수’라는 사진을 보고 “요 사람이 최선희라는 여자에요. 미주국장이라는 여자. 북한의 외무성 최선희. 이번에 김정은이 중국 가는데 거기도 쫓아갔다는 거 아니에요. 요게 최선희에요”라고 방송했다.

모니터링 결과 왜곡 영상으로 분류한 유튜브 채널 방송 200건 중 SesameTube 참깨방송이 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갑제TV 33건, 지만원TV 31건, 뉴스타운TV 18건, 시사논평LA 9건, 번개시장 6건, 신의한수 3건 등이었다. 5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은 8곳이었다. 30만 이상 조회수 유튜브 채널은 19곳에 달했다.

5·18 재단 관계자는 “전수조사한 모니터링 결과를 가지고 변호사에 자문을 맡겼다”며 “왜곡 영상 하나하나 문제가 된다는 판단이 나오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했다. 5·18 역사 왜곡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은 지난 9월 민주화운동를 왜곡한 허위조작정보 142건을 확인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 107건을 차단했다.

김옥렬 광주전남민언련 상임대표는 “유튜브 채널상 허위 주장은 심각하다”며 “적극 맞대응하고 진실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이번 전수조사는 사실 파악이 우선이었다. 학계가 5·18 허위주장의 출처, 경로, 확산 등을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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