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이수근씨의 방송 출연이 어렵게 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갑자기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법안을 다룬 기사가 30일 정오 기준 121건 쏟아졌다. 문제는 적지 않은 기사가 법안을 왜곡하거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논란의 발단은 위키트리 기사였다. 위키트리는 지난 27일 “‘터졌네…’ 이수근, 신서유기·아는형님 등 방송 출연 어려워진다”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앞으로 전과자 연예인은 방송 출연이 어렵게 된다”는 등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 위키트리 기사 제목.
▲ 위키트리 기사 제목.

오영훈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은 마약, 성폭력,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형이 확정된 연예인의 방송출연을 금지하도록 제재 규정을 마련했다. 방송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법안이 발의됐을 뿐 입법 논의는 없었다. 위키트리 기사에서도 법안 발의 단계라는 사실은 언급했으나 제목만 보면 당장 특정 연예인의 출연이 금지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이후 다른 기사를 통해 아직 법안 단계라는 정정이 이뤄졌으나 위키트리 주장을 받아 쓰거나 조만간 출연금지 조치가 이뤄질 것처럼 다룬 기사도 적지 않았다. ‘이수근’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위키트리 기사는 왜곡보도이면서 동시에 오보다. 법안은 입법 전에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고 ‘공포 뒤 6개월’이 경과된 후 범죄부터 적용토록 했기에 이수근씨와는 무관하다. 법안 발의가 이뤄진 건 지난 7월인데 위키트리는 11월25일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언급하기도 했다.

오영훈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논의가 진행된 적도 없는데 법안 발의 후 4개월 뒤에 기사가 나왔다. 특정 연예인의 실명이 언급되고 해서 곤란한 면이 있다”고 했다.

이 법안은 어떻게 될까.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기사 가운데는 “전과 연예인 방송금지법안, '역대 최악' 국회서 폐기 수순”(뉴스1)처럼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 논의가 안 된다는 식의 보도가 적지 않았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의 공전과 무관하게 방송사의 자율인 출연자 선정 권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입법 가능성이 낮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해당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방송에 나온다고 해서 범죄가 조장된다는 인과관계는 극히 낮다”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방송사업자의 표현의 자유와 출연자들의 표현의 자유,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마약이나 도박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죄가 아니라 자기 파탄적 성격의 범죄고, 음주운전도 물론 위험한 행위이지만 누구나 단속에 걸리면 처벌될 수 있는 일상적인 범법행위”라며 “이러한 수준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기간도 정하지 않고 방송출연을 금지시키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오영훈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수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방송사 자율에 맡기니 자기 마음에 들면 출연 금지를 금방 풀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오랫동안 안 내보내는 문제가 있어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는 취지에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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