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고인이 된 검찰수사관이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엔 왜 부르는지 모른다고 했으나 울산지검의 조사를 받은 직후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털어놓았다며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언론이 숨진 수사관을 ‘백원우 첩보 문건 관여 검찰수사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특감반원’라고 부르는 게 허위왜곡이라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에서 고인이 된 동부지검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시장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이 수사관은 ‘울산 고래고기 사건’ 현장 대면청취 때문에 내려갔다면서 동행한 민정비서관실 소속 A행정관 말을 전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A행정관이 “김기현 사건을 당시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던 사안”이라며 울산 방문 경위와 고인과 통화 내용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고인이 된 수사관이 지난달 21일(울산지검 조사 전날) 민정비서관실 B행정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 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대변인은 숨진 수사관이 한시간 뒤 A행정관에게 전화해 “솔직히 우리가 울산에 간 게 언제인지 알고 싶어 전화했다”면서 오히려 울산 방문시기를 물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숨진 수사관은 수사 직후인 24일 또 다시 A행정관에게 전화로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 A행정관과 상관없고,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자료사진=연합뉴스

고민정 대변인은 숨진 수사관과 함께 지난해 울산으로 내려갔던 A행정관은 아래와 같이 울산 방문경위를 썼다고 전했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의 다툼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상황에서 본인은 2018년 1월11일 고인과 함께 KTX를 타고 울산에 가게 됐습니다. 본인과 고인은 우선 울산해양경찰서를 오후 3시쯤 방문해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내용과 의견을 청취하고 나왔습니다. 이후 본인은 울산경찰청으로, 고인은 울산지검으로 가서 각 기관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습니다. 본인은 오후 5시 넘어서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등을 만나 경찰 측 의견을 청취한 뒤 귀경했습니다. 고인은 울산지검으로 가서 의견을 청취하고 따로 귀경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서 울산 방문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당시 문무일 총장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 관련 대검 감찰단을 내려보내 수사심의에 붙인다는 보도가 있어 보고서에 반영한 바 있습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고인을 ‘백원우 첩보 문건 관여 검찰수사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특감반원’이라고 부르는 것에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무엇을 근거로 고인을 이렇게 부르는지 묻겠다”고 반문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며 “고인이 해당 문건과 관계되어 있는지도 아무것도 확인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도 고인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허위이자 왜곡이라며 “고인의 명예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해 보도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고인과 행정관의 통화내용까지 공개한 배경은 고인이 검찰 수사직후 심경이 변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가 별건수사로 해당 수사관이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별건수사설을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모른다고 답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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