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휴재합니다.’ 

25일 대중문화 웹 매거진 ize(아이즈)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다. 24일 늦은 오후 카라 구하라씨의 사망 이후 ‘하루 휴재’를 결정한 것. 

이날 ‘ize’는 공지를 통해 “고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ize는 오늘 하루 준비한 기사를 내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무엇인가 말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고인과 남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ize’는 지난 10월14일 사망한 설리(최진리)씨 사건 이후 남은 이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사 ‘남은 사람들의 몫’(10월22일)을 링크하며 “이 기사로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ize는 대중문화 전문 매체인 만큼 연예 영역에 대한 기사 비중이 높다. 타 연예매체가 구하라씨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ize 홈페이지 공지.
▲ize 홈페이지 공지.

ize가 ‘입장을 대신하고 싶다’고 밝힌 ‘남은 사람의 몫’ 기사를 보면 설리씨의 사망 이후에도 설리 본인과 그 주변인에 대한 ‘사이버 불링’이 계속되는 행태를 비판하고 여성 연예인들에게 쏟아지는 외모 지적과 성적 희롱, 루머, 악플 등을 짚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 ‘기자의 역할’을 비판한다.

“‘기레기’가 활동하는 배경엔 포털사이트의 기사 노출 시스템, 수익만을 좇는 언론사가 있다. (...) 여기에 아무런 취재도 없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뇌내망상’만으로 기사를 쓰는 일부 수준 미달의 기자, 그런 기사도 조회수가 높으면 권장하는 데스크가 더해지면 독자에게 환멸을 주는 요즘의 미디어 환경이 완성된다.”

이어 기사는 연예인들의 직업 특성상 정신건강에 취약할 수 있어 기획사에서 관련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고도 제시한다. 기사는 “중요한 것은 ‘나’를 포함한 주변, 나아가 모두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다.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마음도”라며 끝난다. 

‘남은 사람들의 몫’ 기사를 작성한 임현경 ize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주말에 비보를 듣고 편집국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월요일에 올릴 기사가 예정돼있었으나 이런 상황에 그대로 기사를 내는 것이 맞는가 논의가 시작됐다. ‘글을 내지 않는 것도 말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고 구성원들이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안은 강명석 ize 편집국장이 먼저 했다고 한다. 

▲ize 홈페이지 갈무리.
▲ize 홈페이지 갈무리.

임 기자는 “기사를 통해 최대한 ‘지금 남겨진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뭘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악플은 언론을 탓하고, 언론은 악플을 탓하는 등 ‘서로 탓하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며 “저도 언론의 일부이지만 언론에 대한 비판을 쓴 이유는 언론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SNS 일부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헤드라인에 올리고 노출도가 높은 사진을 맥락 없이 삽입하면서 어뷰징을 하는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ize의 2016년 설리에 관한 기획기사인 ‘Bad girl can go everywhere’를 추천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설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가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을 두고 “지금 설리는 하나의 리트머스처럼 작용하는 존재다. 설리의 행동과 그에 대한 반응들은 지금 한국이 여성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민망할 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설리는 지금 자신의 인생을 태연하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한국이라는 세상에 맞서게 됐다. 어느 쪽이 지쳐 떨어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더는 누구도 쉽게 끌어내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한다. 설리의 사망 이후, 이 글은 또다시 한국사회에 아프게 파고들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해당 기획은 설리와 관련해 언론이 논란이라고 부르며 만든 것들이 얼마나 의미없는지 짚기도 했다. (관련기사: ize 설리와 여섯개의 논란들)

임 기자는 “기사에는 길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뉴스 플랫폼의 문제도 있다. 포털 사이트가 이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측면이 있고, 포털도 단순히 악플에 ‘필터’를 끼는 조정이 아닌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며 “포털, 연예 매체, 연예매체가 아닌 언론 전반, 댓글을 남기는 사람 등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내가 속한 ize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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