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최근 검찰수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현 검찰수사관)을 두고 청와대가 거짓을 강변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수사관이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괴로워 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년 전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받은 변창훈 전 검사가 목숨을 끊었을 땐 ‘윤석열의 보복수사 비극’, ‘하명수사의 덫’, ‘댓글이 뭐길래’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조선일보 주장은 2년 전이나 이번이나 모두 추측에 불과하지만 수사 중 발생한 같은 자살 사건에 논리와 비판의 대상은 180도 바뀌었다.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 ‘靑 ‘백원우 별동대원’ 극단적 선택, 왜 그랬겠는가’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민정비서관실 내 특별감찰반원(행정관)으로 근무했던 A검찰수사관이 숨진 사건을 두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해명을 거짓해명을 그 이유로 추측했다. 이 신문은 “행정관이 속했던 백원우 별동대가 선거 전 울산에 내려갔던 이유가 야당 시장 비리 첩보 수집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울산 검경이 갈등을 빚었던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변명했다”며 “민정비서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자 둘러”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노 실장 설명이 사실이라면 행정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에서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서 괴로움이 컸을 것”이라며 “청와대의 거짓 강변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조선일보 주장은 한마디로 뭔가 진실을 아는 고인이 진실을 밝히려니 노영민 실장 언급과 배치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는 추측이다.

▲2일 서울 효자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효자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2019년 12월2일자 사설
▲조선일보 2019년 12월2일자 사설

이런 추측성 주장 보다 이 신문의 더 큰 문제는 딱 2년 전 발생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방해 검사의 자살사건 때와 정반대의 논조를 폈다는 점이다.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는 국정원 댓글 수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 2017년 11월6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이 사건을 두고 조선일보는 이튿날(11월7일자) 3면 머리기사 ‘1주일새 국정원 직원 이어 검사까지… 檢내부 “정권 하명수사 탓”’에서 “사실상 정권이 원하는 ‘적폐 수사’에 검찰이 끌려들어갔다”며 “그것이 현직 검사와 국정원 직원 자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두고 이 신문은 “이 사건 검찰 수사팀은 2013년 댓글 수사에 참여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검사들(진재선 공안2부장과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등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당시 인사에 불이익을 입다 현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 요직으로 들어와 과거 자신들과 연관됐던 일을 파헤치는 수사를 한 것”이라고 썼다. 이 신문은 이어 “검찰이 정권의 요구로 사실상 하명수사를 하다 큰 덫에 걸린 것 같다”는 검찰 간부 말도 실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 ‘적폐수사 대상자 잇단 극단 선택, 정치보복 수사의 비극’에서는 검사들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증거는 드러난 게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수사 방해'를 당하고 그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입었다는 당사자들이 4년 시간이 흐른 뒤 자신들과 연관된 일을 다루게 되면 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처음부터 있었다”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권력의 충견(忠犬)이 된 검찰은 겉으로는 법치 수호자의 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지만 그 본모습은 결국 다 드러난다”며 “인터넷 댓글이 얼마나 대단한 문제이길래 이런 비극까지 불러와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 신문은 “잇단 자살 사태는 불길하기까지 하다”며 “권력이 영원할 줄 안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게 없다”고 경고했다.

2년 전 사설이나 오늘자 사설이나 모두 추측이라는 점은 같다. 하지만 2년 전엔 윤석열 보복성 수사가 낳은 비극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자체를 비판했으나 이번엔 수사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려던 사람이 청와대 거짓강변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고 오히려 청와대를 비판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번엔 검찰수사의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대목은 어느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의 강압적 수사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일도 필요하고 진실을 밝혀내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관된 잣대없이 비판하고 싶은 쪽을 비판하는데 논리를 갖다쓰며 오락가락하는 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조선일보 2017년 11월7일자 사설
▲조선일보 2017년 11월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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