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최근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양 사장은 2일 KBS 신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김경록 PB 인터뷰 보도와 독도 소방헬기 영상 관련 논란이 있었고, 수신료 분리 징수 청원이 20만명을 넘기도 했다”며 “언론의 날선 비판도 아팠지만 저희로서는 공영방송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주시는 질책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시청자들 질책이 성찰과 개선의 목소리로 높아지는 계기가 됐고, 공영 미디어로서 거듭나기 위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대 정신과 시청자의 감수성을 존중하고, 친절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기 위한 지상파 최초의 여성 메인뉴스 앵커 발탁, 받아쓰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출입처 제도 혁파’ 선언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이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회사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일방적인 공급자 시각, 폐쇄적인 엘리트 의식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시민적 시각, 이용자적 시각에 둔감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자문해 봐야 한다”며 “데스크와 CP, 그리고 각 부서장들은 각각의 부서, 조직 내에서 집단의 지혜가 구현되도록 적극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기자들과 질의 응답에서도 논란이 된 각 사안에 상세히 입장을 밝혔다.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PB의 인터뷰 왜곡 논란에는 “취재기자 입장에서 기획 의도가 있고, 인터뷰 대상자는 인터뷰에서 말하려는 취지가 있고, 이 둘은 충돌할 수 있다”며 “(인터뷰이 발언을) 다른 꼭지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 부분은 기자와 데스크, 인터뷰 대상자의 상호 관계 속에서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독도 소방 헬기 이륙장면을 삭제했다고 거짓말 한 KBS 직원에는 “재난 방송 주관사로서 인식이 있었다면 처신을 잘 했을텐데 아쉽다”며 “그날 사고가 나고 사흘째 되는 날 직원을 통해 (이륙장면을) 보도했는데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검증이 안된 채 급하게 방송한 점은 사과를 드렸고, 그 부분에 다시 한번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KBS는 이날 오후 유족들을 만나 비공개로 영상 취득 경위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양 사장은 “KBS가 정상화되고 나서 기자들 본인 의지를 가지고 제작에 임했지만 어떤 경우엔 손발이 못 따라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쌍방향 시대이고, 개인 의견과 정보가 실시간 SNS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공급자 시각이 아니라 시청자, 이용자 관점을 계속 유지하고, 지켜 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승동 KBS 사장이 2일 신관 국제회의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 양승동 KBS 사장이 2일 신관 국제회의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출입처 폐지를 포함한 기존 취재 관행 타파와 관련된 의견도 밝혔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사실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단순 사실 전달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영방송의 사회적 요구는 단순 사실을 넘어 의미와 맥락을 해석할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BS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심층 보도하고, 시민사회 의제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출입처에 나온 보도자료는 클라우드 소싱 시스템으로 축적하기로 했다.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준비 중이다. 수용자 관점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고, 디지털 시대의 새 저널리즘 전달 체계를 만들려고 취재와 제작 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이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가장 논란이 된 검찰 출입처에 “검찰 출입처 폐지의 본질은 출입처에서 일방으로 발표하거나 흘리고 싶어하는 받아쓰기 관행을 깨는 것”이라며 “출입처를 안 나간다는 게 아니라 부정적 관행을 어떻게 벗어날지가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사회부 내에서 기준을 실천적으로 논의 중이다. 국장단 내부에서도 적절한 검찰 보도가 무엇인지 논의가 한창”이라며 “기본적으로 무죄 추청의 원칙을 다시 새겨야 하고, 궁극적으로 공판 중심보도로 가야 한다는 큰 줄기는 서 있다. 알권리를 보장하되 피의자 인권, 무죄 추정이 함께 조화를 이룰 취재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정도는 합의됐다”고 말했다.

▲ 김종명 KBS보도본부장이 2일 신관 국제회의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 김종명 KBS보도본부장이 2일 신관 국제회의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KBS 제공

KBS는 출입처 중심에서 주제 이슈별 취재에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인데 팀제 개편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부는 정치인 발언보다는 상임위별 정책 이슈를 다루고, 다른 부서에서도 정책을 다루도록 칸막이를 두지 않도록 했다.

양승동 사장은 “출입처 제도에 양면이 있다. 장점이 있고 효율적인 면도 있다. 장점까진 버리지 않겠다”며 시민이 우려하는 출입처 제도의 부작용에 “분명히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중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그리고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이 만났다는 미디어오늘 보도와 관련해 ‘부적절한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종명 본부장은 “뉴스나 시사물을 제작할 때 정치 경제적 영향을 주거나 그런 논란은 없었다”면서 보도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선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KBS 안에서 여러 비판이 있지만 정치적 중립과 취재 제작 자율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양승동 사장은 “KBS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상견례를 겸한 자리라고 들었는데 단독으로 만난 것도 아니다. 한편으론 오해받을 소지도 있기에 조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승동 사장이 2일 기자간담회 장소인 신관 국제회의실로 들어가는 통로에서 KBS 노동조합 조합원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진 기자
▲ 양승동 사장이 2일 기자간담회 장소인 신관 국제회의실로 들어가는 통로에서 KBS 노동조합 조합원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진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지난 1년 KBS 성과를 적극 알리기도 했다. 지난 4월 고성 산불 보도에 질책이 나온 뒤 쌍방향 소통의 재난방송 시스템으로 개편하고, 지역국 활성화 차원에서 자체 제작 지역뉴스를 편성하고, ‘동백꽃 필 무렵’ 등 KBS 드라마 콘텐츠 흥행, KBS 2TV 새로운 예능 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호응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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