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4선 김진표(72·경기 수원무) 의원이 확정 단계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수 언론은 그를 ‘중도’, ‘경제통’으로 평하지만 진보 언론·진영에서는 적지 않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은 2일자 6면 “‘중도·경제총리’ 김진표 확정적… 진보는 그의 ‘과거’가 부담스럽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 의원이 경제 정책과 관련해 보인 보수적 행보 탓에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과 관련,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진보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서울신문 2일자 6면.
▲ 서울신문 2일자 6면.

서울신문은 “진보 진영과 여권 일각에서조차 우려하는 밑바탕에는 김 의원이 경제개혁보다는 규제 완화, 노동보다는 (대)기업에 치우친 경제관을 고수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몇 가지 사례를 꺼냈다.

이를 테면 2003년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때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겪었던 사례, 이 시기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이뤄졌다는 점, 부동산 개혁에 보수적이었던 태도, 기독교 편향 논란 등이다.

보도에 따르면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에 있을 뿐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보수적이고, 재벌 중심 경제철학이 확고한 분”이라고 비판하는 등 정의당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은 지난달 29일자 칼럼에서 진보가 ‘김진표 총리’에게 부정적인 이유에 “그에게 오랫동안 따라붙어온 ‘친삼성’의 꼬리표는 일단 제쳐놓고, 공적 활동에 국한해서 봐도 종교인 과세 반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경제부총리였던 2003년에는 투자 활성화를 내세워 법인세 인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곽 위원은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했던 사안이다. 청와대가 부인하면서 촌극으로 끝났지만 세간에선 ‘한나라당이 집권한 줄로 착각했다’는 말이 나왔다”며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 카드도 꺼냈다. 분양권 전매제한 등 투기 억제책에는 반대했다. 분양 원가 공개 요구에는 ‘사회주의적’이라고 색깔론까지 폈다. 결과는 집값 급등이었다”고 지적했다.

▲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의 11월29일자 칼럼.
▲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의 11월29일자 칼럼.

곽 위원은 “김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도 관련이 깊다”며 “김 의원은 2008년 론스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외환은행이 잠재 부실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했고, 지금도 같은 판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지적한 뒤 “공평 과세, 부자 증세, 투기 근절과 거리가 있는 인물의 기용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 또는 경제지는 평가하는 논조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달 23일자에 김 의원의 총리 후보 부상 소식을 전하고는 “최근 안팎으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커지고 집권 후반기부터 정부의 관료 장악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이 경륜이나 중량감 면에서 적임자로 불린다”고 분석한 후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 100대 과제 등 집권 청사진을 그린 국정기획자문회의 수장이었던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고 평했다.

매일경제도 지난달 30일자에서 “김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를 지냈고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경제 관료 출신으로 집권 후반기에 경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서울경제 2일자.
▲ 서울경제 2일자.

김 의원은 2일자에 실린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등으로 막힌 여·야 정국에 “정치는 51대49의 예술이 아니라 국민의 90%가 만족할 만한 타협안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김 의원이 차기 총리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여당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수원 출신이다. 경기 지역 언론 반응은 긍정적이다. 경기일보는 지난달 26일자 “‘총리 유력설’ 경제통 김진표, 대한민국의 아데나워 될 수 있을까”라는 보도에서 “김 의원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치인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첫 독일 총리를 지낸 콘라트 아데나워 전 총리라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며 “아데나워 전 총리는 독일의 현실을 고려한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채택, 잿더미가 된 독일의 경제 부흥을 이끈 인물”이라고 썼다.

경기일보는 “‘김진표 총리설’ 배경에는 ‘경제 전문가’라는 점이 깔린 만큼 총리 지명이 현실화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뚝심있게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 경기일보 11월26일자.
▲ 경기일보 11월26일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