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은 “사람들을 위해 뉴스를 수집, 제시, 해석 혹은 논평하는 행위”(미첼 스티븐스)다. 하지만 신뢰가 낮으면 저널리즘은 의미를 잃어버린다. 한국의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언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언이 나왔다. 

‘방송뉴스 공정성 이론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란 주제의 이날 토론회에서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을 지배하는 정파성을 (그 자체로) 문제 삼기보다 정파성의 극단성을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언론이 논조를 갖되 극단성을 보여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조항제 교수는 언론 신뢰의 지표가 되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같은 편에도 엄격해야 하고, 정권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해선 안 된다. 다르게 이야기 할 경우에는 설명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보도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다원주의적 현실을 언론이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국언론은 굉장히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가진 권력에 대한 무감각·무성찰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한국언론은 한국 정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계속 후진적 상태에 머물게 조장한다. 불공정을 가장하며 공정을 주장하는 언론과 함께 한국 사회는 불신의 나선 속에 있다”고 지적하며 “언론은 자신들의 도구적 성격을 면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도구인지, 얼마나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갖는 도구인지 여부”라며 언론계의 성찰을 주문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의 선정주의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선정주의란 현대 언론의 모든 활동에 내재한 동기, 의도, 수법, 관행이 되었고, 누구라도 비난할만한 대상이 되었다. 선정주의란 언제라도 편리하게 동원할 수 있는 관행적 수사 어구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한 뒤 “인터넷시대 선정주의 비판은 때로 요점을 잃는다. 인터넷 언론을 상대로 저질이라고 해봤자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을 마음을 가진 상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준웅 교수는 “진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도덕 전쟁이 불가피하다. 손가락질하고 싸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도덕 전쟁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고 있다. 종편도 비판하고 공영방송 비판하고 하지만 지금 정도 비판으로는 택도 없다. 서로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전면적인 도덕 전쟁이 미약하다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서 형성하는 직업적 언론인의 이상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서로 가혹하게 비판하며 수치심을 갖고,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론의 객관주의가 실제로 언론의 객관성을 만든 것이 아니다. (객관성 논의의 결과로) 언론인의 직업적 정체성이 20세기 초에 생성됐다”고 전하며 “언론인들은 중요한 국면마다 도덕 전쟁을 해왔다. 논쟁을 통해 언론인들은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 신념을 형성하게 된다. 미국은 1890년대 퓰리처나 허스트를 중심으로 한 선정주의 논쟁 이후 독자에게 갈채를 받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 된 20세기 언론이 등장했다”며 한국에서도 치열한 도덕 전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패널로 매주 언론 보도와 언론 관행을 비판하고 있는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언론에게 도덕적 비판을 하되 자포자기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뉴스수용자의 변화에 따라 (언론계에) 상향된 윤리기준이 필요한데 자기들끼리의 윤리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 왜 이 직업 세계에서는 이것밖에 못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직업의 정상적 작동을 막지 않으면서도 이해당사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의 윤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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