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를 진실이라고 믿는 이유는 뭘까. 현재까지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의 정파성에 주목해온 게 사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외부 동기 요인이 영향을 미쳐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게 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그들이 꼭 정치적 이념성이나 당파성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이 내재하고 있는 심리적 기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완수 교수(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가짜뉴스 현상을 정치사회 환경 요인에 따른 매체 편향지각이나 동기화 추론같은 편향적 정보처리에 대한 이론틀로는 사람들이 허위사실에 어떻게 속아 넘어가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미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가치를 가짜뉴스 평가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위사실에 대해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자연 발생적 인지기제를 파악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연구자들은 가짜뉴스 현상을 설명하면서 “제 3자효과 이론, 적대적 매체지각 효과, 확증편향, 허위합의, 동기화 추론 등은 정치사회환경 구조에 의존한 측면”이 있다며 인간의 비합리성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적 이론에 따라 가짜뉴스 현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가짜뉴스를 믿는 심리적 이유와 기저에 대해 △사람들은 쉽게 떠오르는 대상을 중심으로 믿는다는 가용성 편향 △기본 확률을 무시하고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확률을 계산하는 기저율 무시 △누군가가 어떤 단서를 제시하면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관계없이 이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기준점 편향 △사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결과를 확인한 뒤 '내 그럴줄 알았다'는 식으로 마치 사전적으로 그 결과를 예측했다고 과잉 확신하는 사후편향 △어떤 사건의 책임을 개인에 귀인함으로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본적 귀인오류 △사람은 긍정적 변화보다 부정적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전망이론 △메시지의 미묘한 표현에 따라 사안의 실체나 진위를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수용하는 프레이밍 효과 △상황적 스토리를 그럴싸하게 구성해 제시하면 그 내용을 전혀 다르게 판단하는 결합 오류 △누군가가 슬쩍 개입하거나 끼어들어 제시하는 메시지나 단서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넛지 등으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어떤 사실의 진위를 알기 위해서는 확률에 토대를 두고 분석적 사고를 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적어도 분석적 사고를 위해 인지에너지를 투입하는데 대체로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왜 속아 넘어가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내재하고 있는 심리적 기제를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왜냐하면 인간이 내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인지기제는 외부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가짜뉴스 이미지. 사진=ⓒ gettyimagesbank
▲ 가짜뉴스 이미지. 사진=ⓒ gettyimagesbank

이 교수는 가짜뉴스의 해법에 대해서도 허위 정보 생산자의 규제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 가짜뉴스 수용자들의 속성을 파악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예컨대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법을 교육할 수 있고, 가짜뉴스 생산자들이 어떤 메시지 구성전략을 통해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는지도 교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를 분별해내는 팩트체킹에 대해서는 “수 없이 많은 가짜뉴스를 일일이 다 확인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보 네트워크 시대에 가짜정보 생산자를 근원적으로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가짜뉴스를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적 통제’보다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적 통제’가 보다 현실적이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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