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론’이 청년 자체보다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의 사회·경제·연령 특성을 대변하면서도, 실제로 사회에 영향을 미쳐 청년층을 다른 ‘인종’처럼 여기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연세대학교 미디어문화연구전공 박사과정)은 3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2007년 ‘88만원 세대(우석훈 저)’가 출간한 뒤 청년담론의 홍수랄 만큼 많은 세대론이 등장했다”며 “이렇게 쌓인 지식은 청년세대를 인종화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청년을 ‘공정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정의하는 세대론을 들며 ‘자문화중심주의’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성세대론의 초창기 나온 2014년 저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20대의 자화상(오찬호 저)’을 예로 들었다. 해당 저서가 대학생을 주 연구대상으로 삼으면서 젊은층 전체로 넓혀 풀이했고, 당초 연구자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했기 때문에 반대 견해를 연구가 필요한 ‘현상’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김선기 연구원은 “저서는 연구 대상을 ‘대학생’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청년’이라 표현할 수도 있었다. 제목 각주에 ‘한국의 20대 중 43%만 대학생’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서술 편의를 위해 ‘20대’라 표기한다고 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에 한국노총 제안으로 청년조직화 어떻게 할지를 주제로 연구하면서 1980년대 자료를 건네받았다. 그 자료를 들여다봤더니 당시 청년들이 제일 바랐던 것이 공정성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20대 남자(천관율‧정한울 저)’는 방대한 조사에 바탕해 20대 남성이 ‘공정성’ 민감도 면에서 다른 세대와 별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언론과 정부는 이를 완전히 세대화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연세대학교 미디어문화연구전공 박사과정)이 30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 청년세대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연세대학교 미디어문화연구전공 박사과정)이 30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 청년세대론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86세대’도 현재는 특정 연령대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이미 386세대란 조어 자체가 당시 30대의 정치적 세력화를 경계한 보수진영의 작명이다.

김 연구원은 “86세대가 지금의 50대이고, 그들이 현재 권력집단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젊은 남성 연구자나 정치인들이 주로 자신을 ‘선량한 피해자’라 주장하며, 안티 페미니즘적 시각을 정당화하고, 윗세대를 불러와 ‘책임져야 할 당사자’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최근 발언이 가까운 사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두고 “보편적 20대 평범한 남성의 공간은 없었고,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를 위한 공간은 넓게 열려있구나”라고 평했다.

김 연구원은 “20대 남성의 안티 페미니즘 정서와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은 진보진영에서 나온 ‘88만원세대’ ‘N포세대’ 등 세대론이 이들에 피해자 정체성을 입히려 한 흐름과도 관련 있다”며 “이런 세대론으로 ‘약자청년’을 정치적으로 규합하려던 시도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실제의 사회경제 지위와 무관하게 청년층 전반이 자신을 피해자로 이해하도록 한다는 부작용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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