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해장국 언론을 원하는 국민이 다수인 상황에서 언론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최근 언론개혁과 관련한 의제 설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9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키노트스피치 연사로 나선 강준만 교수는 “우리는 왜 수요의 문제를 외면하나. 뉴스수용자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 이젠 뉴스수용자 문제도 탐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강준만 교수는 “시민사회까지 가세한 정파성 투쟁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감시 자체의 정파성을 문제 삼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한 뒤 “뉴스수용자들이 모든 기자와 언론을 기레기라고 하진 않는다. 그들이 인정하는 논객과 선동가의 주장이 노출되는 매체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가, 이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 언론인이 결정된다”며 “수용자들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조국 관련 보도를 가장 잘한 방송사를 물었던 미디어오늘·리서치뷰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MBC와 TV조선이 1·2위를 기록한 것을 인용하며 “공정 개념의 해장국화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뉴스수용자들은 공정한 언론을 찾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도연 기자.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도연 기자.

강 교수는 “나는 보수정권 시절 방송의 공정성을 열심히 외쳤지만 진보정권 시절엔 단 1도 그러지 않았다. 진보정권 시절 방송의 공정성을 외치는 학자는 보수 일색이다. 내로남불은 우리 학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언제까지 번갈아 가며 선택적 공정성을 주장해야 할까”라고 되물은 뒤 “보수와 진보가 힘을 합해 방송공정성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권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던 고 이용마 MBC기자의 주장을 언급한 뒤 “지금 이 의제는 실종됐다. 언제 가능할까. 정권 또 바뀌면 유혈 낭자한 비극을 우리는 또 구경해야 할까. 우리 학계는 그걸 바꾸는데 어떤 기여를 해왔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참전하는 수동적 진영논리 구현의 방식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능동적 소통화합 의제 제시의 방식으로 학계가 나아가야 한다. 정파성을 초월한 공공적 솔루션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 언론학계에 솔루션저널리즘에 대한 관심 주문 

강준만 교수는 또한 이날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솔루션저널리즘에 언론학계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언론학이 미디어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사회는 짙은 어둠 속에 놔둔다는 건 언론학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며, 이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언론학도 개혁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연구문화 자체에 대한 성찰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더 강하다는 부정성 편향은 뉴스의 숙명이었고, 이게 부메랑이 되어 언론 신뢰도 추락의 이유가 되었다. 예외, 일탈, 무질서, 불협화음에 대한 보도를 사명으로 삼아온 결과”라고 지적한 뒤 언론학계를 가리켜 “우리가 언론학을 하며 솔루션에 관심을 기울였던 적이 있나”라고 되물으며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언론학이 그간 해온 언론감시기능은 주도적이지 못했다. 조건반사적으로 언론을 응징하는 심판관이자 도덕교사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지적한 뒤 “사회적 솔루션이라 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을 언론학자들이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방법론적 엄밀성과 자기 완결적인 논리체계만 중시하는 방어적인 글쓰기 습관에 갇혀 자폐증적 징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오류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통한 탐색과 시행착오를 학문하기의 일상적 부분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또한 “지역 언론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고 전하며 “지역대학이 언론·미디어·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사이자 싱크탱크의 역할을 맡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에서의 ‘넛지-솔루션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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