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언론은 공범이었다
인보사 사태, 언론은 공범이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 “보수경제지 ‘K바이오’ 담론, 의료규제완화 논리 증폭”

인보사 사태는 미디어가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의료‧산업‧정치와 한 시스템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30일 개최한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다.

김아영 연구가(서강대학교 박사과정)는 이날 신진연구자 세션에서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언론보도를 놓고 “신문을 위시한 저널리즘 미디어는 때로는 사측이 되고 바이오주의 주주가 됐으며, 공익을 벗어난 탈규제를 세계 추세로 여론화했다. 인보사 성공 담론의 진원지였다”고 말했다. 김 연구가는 이날 인보사가 임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2015년 5월께부터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된 지난 8월까지 나온 보도를 살핀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알려진 ‘인보사케이주(인보사)’는 지난 5월 시판 2년 만에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에 관절염 회복을 위한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인보사를 처방 받은 244명의 환자들은 단체소송을 제기했고, 코오롱 주주대표단 6만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인보사를 개발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이 폐지됐다. 검찰은 지난 28일 코오롱 임원을 구속하는 등 제조‧허가 절차를 수사 중이다.

▲인보사케이주
▲인보사케이주

정부와 언론의 전폭 지지를 받았다가 가짜로 판명되며 갑자기 몰락했고, 신약 허가 과정부터 코오롱의 해명이 모두 허위였단 점에서 인보사 사태는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불린다.

방송3사와 국내 5개 일간지(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4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머니투데이‧서울경제)가 5년에 걸쳐 총 2000여건을 보도했다. 김 연구가는 “수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그 경향은 단순하고 비슷했다”고 했다. 김 연구가는 “대부분 언론이 ‘글로벌 신약’으로서 인보사 허가와 상업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보수지는 발전주의 관점에서 ‘K바이오’라는 절대화된 기표를 내세우며 애국주의 담론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경제지는 보수지보다도 훨씬 낙관적 담론을 펼쳤다”고 말했다.

판매 중지 전까지 보수지(조선‧중앙‧동아일보)의 키워드는 ‘K바이오’와 ‘영웅서사’다. 보수경제지 보도는 기술 수출과 경제 성과에 대한 기대로 뒤덮였다. 이들 매체는 ‘세계 최초’, ‘전 세계 시장이 걸려 있다’, ‘K바이오’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보수‧경제지는 이웅열 코오롱생명과학 회장을 영웅으로 그리는 보도를 내놨다. “이웅열 뚝심 통했다(서울경제)” “이웅열 회장 신약골든벨 울렸다(한국경제)” “이웅렬 신약투자 빛이 보인다(중앙일보)” 등 표현을 쏟아냈다. 김 연구가는 “바이오산업은 주로 증권사 분석가나 기업 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미래 먹거리이자 고부가 하이테크 산업으로 표현됐다”고 했다.

경제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시각각 주식시장의 바이오주 투자심리 변화를 따라갔다. 의약품 허가요건 완화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경제 등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 문제 제기하며 유전자치료제 의약품 허가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연구가는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규제완화 담론이 정부를 움직였다. 국회는 2015년 11월 개정안을 의결해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며 “어떤 언론도 규정완화가 일으킬 부작용은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판매중지 결정 뒤엔 진보지 보도 양태가 눈에 띄었다. 김 연구가는 “SBS와 진보지는 인보사 사태가 문제적임을 주장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며 정부의 책임회피 가능성을 일깨우고, 이를 둘러싼 수사의 정치적 의미를 부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반면 보수언론은 또다른 규제완화 법안으로 논의 추를 옮겼다. 조선일보는 난치 질환자에게 새 치료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첨단재생의료법’ 통과를 주장했다. “이로써 이전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입법정책과 규제완화가 인보사 사태의 직접 원인이란 사실은 가려진다.”

▲김아영 연구가(서강대학교 박사과정)가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신진연구자세션에서  ‘인보사 사태, 언론 보도에 대한 소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아영 연구가(서강대학교 박사과정)가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 신진연구자세션에서 ‘인보사 사태, 언론 보도에 대한 소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연구가는 이같은 보도흐름을 놓고 “신약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해왔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터졌을 때에는 메가톤급 이슈로 다루다 파급력이 효력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관심을 끊다시피 하는 게 언론의 생리”라며 “국면 변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권력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집중해서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변화와 원인규명, 피해 입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형성되는 대항담론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명진 한국외대 교수는 토론 자리에서 “의-산-정 복합체에 실은 미디어도 포함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미디어가 의료 규제완화를 두고 미래 먹거리나 4차산업혁명으로 보는 담론을 증폭하고 재생산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황우석 사태는 종결되지 않았다. 관련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인보사 사태)가 또 다르게 발생했다.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의료와 산업, 정치 복합체가 물리적인 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황을 새 시장으로 포섭한다. 이를 증폭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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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1-30 18:41:22
“어떤 언론도 규정완화가 일으킬 부작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 나는 여기서 진보신문의 민낯을 본다. 조국사태에는 도덕성으로 그렇게 공격하더니, 기업에는 관대한 진보신문. 선택적 정의를 택하며 마치 우리는 다 비판하는 깨어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진보 기자들. 그대들이 끝까지 파헤쳤으면(탐사보도)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을까. 민주정부는 만만한데, 기업은 광고와 매출 때문에 주저하는 게 진보신문 아닌가.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강한 것은 진보신문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