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5일부터 날마다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일하는데, 자회사와 1년 계약 아래 사실상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한다”며 점심시간마다 현수막 피케팅을 진행한다.

KBS 청소노동자들은 전국 지역국 본사에서 일하지만 한국방송공사가 아닌 자회사 ‘KBS비즈니스’ 소속이다. 본래 공사 정규직이었다가, KBS가 1989년 자회사를 세워 시설관리 등을 맡기며 소속이 바뀌었다. 이후 이들은 KBS비즈니스와 해마다 새로 계약서를 쓴다. 전국에서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KBS 청소노동자는 모두 55세 이상 고령이다. KBS비즈니스가 55세 미만은 채용하지 않아서다. 기간제법은 회사가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한 지 2년이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정년을 보장토록 했는데, 55세 이상은 예외로 규정했다. 정진희 지부 조직국장은 “여의도 KBS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10년 넘게 한곳에서 일했지만 매년 1년짜리 계약서만 쓰고 있다. 사측은 관행으로 대략 67세가 되면 계약 연장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공표했지만 이들의 처우는 오히려 나빠졌다. KBS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1단계 전환 대상에 ‘공공기관’ 항목에 한국방송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을 포함하고, 2단계 대상엔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를 명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KBS비즈니스는 2단계 ‘공공기관’ 항목에 한국방송공사가 명시되지 않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018년 법정 최저임금이 대폭 올랐지만, 이들의 임금은 사실상 인하했다.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식대로 지급하던 10만원을 ‘직무수당’ 명목으로 바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다. 식대가 사라지면서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오히려 줄었다.

▲KBS 청소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점심시간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KBS 청소노동자들이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점심시간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80여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8월 노조를 꾸려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KBS비즈니스분회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앞에서 ‘KBS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 조합원은 이 자리에서 “참 이상했다. 우리는 공영방송 KBS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준다는데, 1년짜리 계약서를 쓴다”며 “알고 보니 우리는 KBS 자회사 비정규직이었다. 그래서 1년 일하나 30년 일하나 똑같이 최저임금을 받고, 12월이 오면 잘리면 어쩌나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엄연한 사람이고, KBS를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없으면, KBS 뉴스도, 공개방송도, 드라마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KBS비즈니스분회는 이날 KBS비즈니스에 “1년짜리 계약서를 없애고, 줬다 빼앗은 식비를 다시 지급하라”며 △식비지급 △1년짜리 계약 중단 △정년 보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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