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라 속보가 중시되는 등 기사가 부실해지는 것에 기자들의 직무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이 조사결과로 확인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오정훈, 이하 언론노조)이 8월12일부터 9월30일까지 신문종사자들 53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기자들이 후속취재 부족과 기획해설 기사의 감소를 문제로 지적했고 그 이유로는 인력 부족과 속보 경쟁 등을 꼽았다.

언론노조는 29일 ‘2019 일간신문 종사자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세한 결과는 30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진행되는 ‘매체환경 변화에 따른 언론노동의 위기’ 토론회에서 발표된다. 언론노조의 이번 설문조사에는 이건혁 창원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안차수 경남대 교수와 원숙경 동의대 강사,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에서 이건혁 교수는 “디지털 충격이 취재 관행에 미친 변화에서 기사가 부실해질수록, 그리고 속보 중시 경향이 심할수록 직무만족도가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임금 수준에 대한 평가가 낮을수록 직무만족도가 낮고 △경영스타일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할수록 직무만족도가 낮고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전문직주의(사회적 책임의식)가 강할수록 직무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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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사에서 기자직군의 49.3%가 ‘후속취재 부족’이, 49.1%가 ‘기획해설기사 감소’가 직무만족도 저하 현상 원인이라고 답했다.(복수응답 가능) 이어서 38.3%가 ‘속보성 기사쓰기’가 직무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답했고 35.4%가 ‘충분한 검토 부족’이라고 답했다. 기획해설기사가 감소한 이유로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증가’(42.4%), ‘지면을 메우기 힘든 현실’(26.5%), ‘디지털 속보 경쟁’(25%)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한 언론사 경영 위기를 이유로 경영진이 저널리즘 가치보다 경영과 이익을 중시할 때 기자들의 직무만족도가 저하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또한 뉴스룸에서 경영스타일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할수록 직무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기자 직군 중 57.1%가 ‘언론 종사자들의 노력과 협조를 강요’하는 점에서 직무만족도가 저하되고, 54.7%가 ‘경영진의 관심이 비용절감과 수익창출 뿐’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또한 신문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임금 수준 평가와 노동시간 및 노동 강도 변화를 조사한 결과, 현재 임금이 낮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65.9%를 차지하고 높아졌다고 평가한 이는 6% 정도로 낮았다. 지난 3년 간 노동 강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48.5%였고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36.2%, 감소했다는 응답이 15.8%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이 교수는 “광고압박이나 노동강도가 심해지는 요인보다 기자들의 고유한 작업 과정상 어려움과 품질 저하를 더욱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포털이나 SNS 상에서 지나치게 속보성만을 강조하면 기사의 질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기자 직업의 자긍심도 훼손된다. 그러나 언론 시장에서는 질 높은 기사를 밀어내고 질 나쁜 기사가 득세하며 언론 신뢰도가 낮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책적 대안으로 특히 종이신문사 수익구조의 정상화와, 양질의 기사가 유통되고 질 나쁜 기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가 법 개정을 비롯 필요한 노력에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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