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4월부터 운영한 ‘방송제도개선 추진반’ 연구결과 초안을 발표했다.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장은 이날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을 분리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민영방송 개편안을 내놨다. 그리고 MBC가 논의의 중심에 섰다. 

이날 개편안에 따르면 KBS와 EBS는 영조물(공공시설물)로서의 공영방송, MBC는 자기규율성 관점에서의 공공서비스방송(PSB)으로 분류된다. 이는 영국 모델을 빌려온 것으로, 영국 대부분의 지상파방송이 PSB에 해당하며 BBC는 별도의 공영방송으로 분류되고 있다. PSB는 민영방송사가 공공서비스방송임을 선언하고 면허를 신청할 경우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한편 공적 재원 지원을 고민하는 체계로 이해하면 된다. SBS도 원하면 PSB가 될 수 있다. 

이 모델에 비춰보면 민영방송과 같은 재원구조이지만 공영적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MBC는 BBC가 대주주였던 영국 PSB 채널4와 가장 가깝다. 사실 공적책무가 어느 정도 부여된 국내 지상파 채널 대부분을 PSB로 볼 수도 있다. 28일 등장한 개편안은 현행 방송체계가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해 방송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등장해, 모든 방송사업자가 공적 가치실현과 민간영역의 혁신(투자·성장)을 모두 부담하던 현 체계를 소유구조와 재원조달 방식 등을 고려해 공적영역·민간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총선 이후 방통위의 방송제도개선 틀이 될 이날 발표에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공·민영 방송체계 개편이 공공영역의 축소와 민간부문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KBS와 EBS를 공영방송으로 특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자본이 주도하는 미디어환경 하에서 공영방송은 고립되거나 공론장의 역할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암동 MBC 사옥.
▲상암동 MBC 사옥.

언론노조는 무엇보다 “MBC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역사적 형성 과정이 있는데 고육지책처럼 보이는 PSB 지위를 신설해 사업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자칫 MBC의 공영 정체성을 흔드는 등 공공영역 축소의 신호탄으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공·민영방송 개편안을 가리켜 “거칠게 도식화하자면 공공영역의 축소, 공적 책무와 규제를 최소화한 민간부문 활성화로 요약되는데, 그에 따른 민주적 공론장의 약화, 여론 다양성의 토대 잠식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BC 내부도 PSB로의 분류에 부정적 기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MBC가 주식회사 형태지만 역사적으로 공영방송으로 존재해왔고 시민들도 그렇게 간주해왔다”며 “(공영방송과 PSB로) 분리를 시키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 같은 변화 방향을 두고 “공적 역할을 잘하게 하려는 건지, 민영방송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를 만드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MBC 정책협력부 관계자 또한 “MBC를 PSB로 따로 구획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의 역할과 위상은 과거에도, 지금도 공영방송”이라고 강조한 뒤 “아직까지는 방통위 차원의 연구결과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같은 기류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MBC 스스로 답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MBC가 KBS처럼 수신료를 받고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예결산도 받는 방송이 되고 싶은 건지, SBS처럼 민영방송이 되고 싶은 건지, 무엇보다 국민들이 MBC가 어떤 방송이 되길 바라고 있는 건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MBC의 지위를)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다. MBC 스스로 내부 논의를 거쳐 중장기 채널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MBC는 2011년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 국면 당시 SBS와 같은 재원구조에서 MBC가 코바코 공영미디어렙에 포함될 경우 불평등한 경쟁구조에 놓여 역차별이 일어난다며 그해 12월26일 자사뉴스를 통해 직접광고영업을 선언했다. 당시 MBC 관계자는 “SBS와 종편은 우월한 조건에서 영업을 하는데 수신료도 안 받는 MBC가 KBS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면에 비춰보면 MBC가 그리는 ‘공영방송’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MBC.
▲MBC.

PSB 분류로 촉발된 ‘MBC 모델’의 향방은 결국 MBC가 SBS나 JTBC에 비해 공공성 측면에서 시청자에게 어떠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는지, 공영방송으로서 자신들의 공공성을 프로그램 편성으로 얼마만큼 보여주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MBC가 어떠한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인가, 민영방송인가, 아님 공공서비스방송인가. MBC로서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의 주체는 당연히 MBC 성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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