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저널리즘 형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기성언론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무시해선 안 된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해 언론을 향해 쓴 소리를 해온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허위정보가 큰 영향력을 갖게 되고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미디어 환경 변화를 꼽았다.

정준희 교수는 “객관주의 저널리즘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편파적인 중계가 더 재미있는데 이런 양상이 저널리즘에도 나타난다”며 “편파라고 해서 정보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편파성은 위험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왼쪽부터 정혜승 미디어 정책가, 정은령 SNU 팩트체크센터장, 오대영 JTBC 기자, 정준희 한양대 겸임 교수. 사진=금준경 기자.
▲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왼쪽부터 정혜승 미디어 정책가, 정은령 SNU 팩트체크센터장, 오대영 JTBC 기자, 정준희 한양대 겸임 교수. 사진=금준경 기자.

 

정준희 교수는 “기성 저널리즘이 역할을 못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인이 집단적 멸시나 폄하를 받는 대상이 된 건 불행한 일이지만 현실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언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정준희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이라며 “내가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모르는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이런 태도가 매커니즘에 내재돼있냐 아니냐가 질을 결정한다.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척 하는 언론이 대다수”라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과 ‘수용자’의 협업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그는 ”협력 저널리즘을 통한 상호 강화가 필요하다. 좋은 뉴스, 나쁜 뉴스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 스스로 저널리스트화 돼야 한다. 언론인이 되라는 게 아니라 저널리스트와 직접적,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정보 문제와 관련 “거짓을 믿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이슈를 못 믿게 만드는 게 문제다. 혼란을 야기해 정보 장애를 유발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팩트체크’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을 몰라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얘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진실을 알려줘봤자 듣지 않는다”며 “팩트체크가 재미있는 정보가 되어야 하지 계몽주의적 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근본적으로 ‘팩트체크’나 ‘규제’로는 한계가 있기에 사회적인 갈등이 격화되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을 더 많이 공급해도 ‘가짜뉴스’를 추구하는 소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유통 자체는 약화되지 않을 것”라며 “가짜뉴스 대책에 쓸 돈으로 차라리 임금을 올리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사회적으로 불만이 만들어지는 배경 자체를 개선하는 공공정책을 허위정보를 막는 정책보다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SNU 팩트체크 서비스 화면.
▲ SNU 팩트체크 서비스 화면.

 

발표 후 대담 과정에서 ‘팩트체크’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팩트체크 콘텐츠와 유통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대영 JTBC 기자는 “팩트체크는 어렵지만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는 직관적이고 쉽고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렵다. 팩트체크는 많은 과정과 근거 를 바탕으로 해 전달을 잘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대담 형식으로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팩트체크 결과를 분야별로 정리해 제공하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은 “콘텐츠가 잘 보이려면 알고리즘이 중요하다. 우리 서비스가 네이버에 있다고 설명드리면 ‘그런게 있었냐’라고 물어보신다. 플랫폼들이 팩트체크와 같은 양질의 정보가 잘 보이도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차원에서 게임을 응용한 팩트체크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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